‘비상플랜 임박’ 고유가 충격 얼마나 심하길래…

‘비상플랜 임박’ 고유가 충격 얼마나 심하길래…

입력 2012-02-29 00:00
수정 2012-02-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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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류세 ‘일괄인하’보다 ‘선별환급’에 무게

유럽 재정위기가 덜해지나 싶었는데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를 괴롭혔던 고유가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연일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기름 값은 서민살림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방관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장관들을 질책했다. 유류세를 내리라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진다. 선거도 다가온다.

발등의 불을 끄려는 대증요법을 취할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한 번 근원적 처방을 내놓을지 정부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국면에서 고유가가 몰고 올 후폭풍도 고민거리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촉발하지나 않을지, 1분기에 저점을 찍고 일어서야 하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수출ㆍ내수 부진에 고유가 망령까지…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연초 배럴당 105달러에서 시작해 1월에는 11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으나 이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된 2월 들어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 6일 110달러를 넘더니 23일에는 120달러대로 올라서 날마다 연중 최고치를 넘나든다.

27일에는 122.56달러까지 올라 1년 전보다 15% 가까이 비싸졌다.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은 전국 주유소의 ℓ당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이 지난 27일 2,001.07원으로 처음 2,000원선을 돌파한 데 이어 28일 2,003.99원으로 올랐다.

서민 고통은 가중하고 있다. 화물차 등에는 유가보조금이 지급되고 택시용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해선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생계형 운전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유가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다.

우선 3%대 상승률로 간신히 내려선 소비자물가에 2차 충격을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기업의 원가 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수출과 내수가 불안한 상황이어서 물가는 뛰고 경기는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1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로 31개월 만에 감소했다. 1월 무역수지가 20억달러 적자 난 데 이어 2월에도 불안하다.

그나마 유럽 재정위기 사정이 나아지고 미국의 경제지표도 호전된 점이 다행이지만 급반등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을 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그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2%포인트 올린다. 민간소비는 0.12%포인트, 총투자는 0.87%포인트 갉아먹는다. 경상수지는 20억달러 악화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2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

◇”유류세 내려라”…정부 취약층 대상 ‘선별 환급’ 고심

속절없이 치솟는 유가에 정부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바꿔 돈을 풀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정부 인식이지만 두바이유 가격이 130달러를 넘으면 비상계획을 가동해야 한다. 서민의 기름값 부담도 덜고 5부제 같은 에너지절약 캠페인도 시작해야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상계획 가동 조건을 “130달러가 넘는 상황이 5영업일 이상 지속할 때”라고 소개했다.

최대 관심사는 유류세 인하다.

실제 정부는 계획상 130달러를 넘어야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런 입장은 130달러만 넘으면 유류세를 기계적으로 깎아줄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형성했다. 벌써 유류세를 내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름에 붙은 세금을 깎아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관세(관세율 3%), 석유수입부과금(ℓ당 16원), 유류세(교통세+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 등 가능한 대상이 많기 때문이다. 2008년엔 관세와 유류세를 모두 내렸다.

관세를 먼저 내리고 유류세를 나중에 내리는 단계적 접근법이 있고 동시에 내려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관세와 유류세를 패키지로 내려도 인하 효과는 100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관세는 수입가격에 따라 증감하는 종가세인 만큼 고유가 상황에선 내릴 여력이 있다.

그러나 유류세는 부가세를 빼고는 ℓ당 일정액이 정해진 종가세여서 내리려면 세수 부족을 감수해야 한다. 보통 휘발유 기준으로 교통세가 529원이고 교육세(교통세의 15%)가 79.35원, 주행세(교통세의 26%)가 137.54원이다.

교통세만 봐도 올해 세입예산 규모는 13조7천억원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엔 공감하지만 일괄 인하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지적도 구조적인 인하방안을 찾으라는 거지 유류세 일괄 인하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게 주무부처의 판단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모든 사람에게 유류세를 낮춰주는 것보다는 선별적으로 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고 본다”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어려운 쪽 부담을 덜어주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종전에 유류세를 내렸을 때 서민 체감효과가 크지 않은 점,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인하분이 상승분에 묻혀 약발이 금방 사라진다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2013년 재정 건전성 달성을 위해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효과 없이 세수만 축낼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우려다.

일괄적인 인하는 에너지 절약과 녹색 성장 흐름에 반하며,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로선 유류세를 내리지 않되 선별적인 유가환급금 등을 통해 취약계층만 지원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2008년 유가환급금 때처럼 지원대상을 선별하기가 어렵고 행정비용도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2008년에는 그해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해 1천600만명으로 대상으로 2조8천억원을 환급했다. 형식은 계층에 따라 정액으로 6만~24만원을 소득세를 돌려주는 형태였다.

아울러 정부는 석유시장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경쟁촉진 방안을 추진한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공급가격 추가 인하를 포함한 알뜰주유소 확산 종합대책을 3월까지 마련하고 공공부문이 공동으로 경쟁입찰로 유류를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369개인 알뜰 주유소도 3월까지 430개로 늘린다. 농협폴과 도로공사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고 서울 등 핵심지역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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