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성장률 하향은 경기둔화·세계경제 불안 탓

KDI 성장률 하향은 경기둔화·세계경제 불안 탓

입력 2012-05-20 00:00
수정 2012-05-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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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하향 가능성 있으나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 예상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만에 낮춘 것은 최근 경기둔화세가 심각해지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전망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그리스,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발 재정위기의 재부각 문제가 완만히 봉합된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어서 사태가 나빠지면 추가로 하향조정될 수도 있어 보인다.

KDI는 하반기부터 경기가 나아지면서 내년 성장률이 4.1%까지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다.

◇성장률 하향 배경은 ‘성장세 둔화’

이번 KDI 경제전망의 핵심은 올해 성장률예상치를 3.6%로 하향한 것이다. 1년 전인 작년 5월 예상치(4.3%)보다 무려 0.7%포인트, 6개월 전인 11월(3.8%)에 비해 0.2%포인트 내렸다.

성장률 조정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우리 경제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작년 1분기(4.2%) 이후 4분기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2.8%까지 하락했다.

세계 경제 침체로 대외수요가 나빠지면서 교역조건이 악화한 점, 실질구매력 둔화, 광공업·서비스생산 증가 폭 축소, 반도체·IT산업의 높은 재고율 등도 문제다.

최근의 부실 저축은행 문제가 금융불안을 가중해 신용공급이 위축된다면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내수를 제약할 걱정까지 해야 한다.

여기에 유럽재정위기가 최근 그리스와 스페인의 뱅크런 우려 등으로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 가능성은 우리 경제의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걸림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G20 보고서에서 유럽재정위기로 인한 하방위험이 실현되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1%p 내외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IMF는 이란의 원유수출이 중단되면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20~30%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한 상태다.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 유럽재정위기가 유동성 공급 등의 조치로 완화되고 최근에 나타난 미국경제의 개선추세가 견실해지면 세계경제의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가속화하리라는 것이다.

◇하반기부터 회복…내년은 4%대 성장

KDI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작년의 ‘상고(上高) 하저(下低)’에서 올해 ‘상저 하고’의 모습을 띨 것으로 본다. 내년 성장률은 4.1%로 올해보다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경기 회복의 근거로는 우선 대내적으로 최근 고용증가세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작년 경제 발목을 잡았던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민간소비 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을 들었다.

KDI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작년 4분기 1.1%에서 올해 1분기 1.6%로 소폭 상승한 정도지만 2분기에는 1.8%, 3분기 2.8%, 4분기 4.6%로 갈수록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작년 4분기 -3.3%에서 올해 1분기 9.1%로 증가율이 크게 개선된 설비투자는 올해 연간으로 8.1% 늘어나고 건설투자도 작년 -5%에서 3.1% 개선이 점쳐졌다.

세계경제가 시간이 가면서 일부 선진국과 신흥국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하반기 경기 회복을 낙관케 한다.

IMF는 세계 성장률을 1월 3.3%에서 4월 3.5%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성장률은 1.8%에서 2.1%로, 일본은 1.7%에서 2%로, 신흥시장국은 3.3%에서 3.4%로 각각 올렸다.

이한규 KDI 연구위원은 “유럽의 1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은 0%로 나왔고 미국의 성장률이 IMF 전망치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정치적인 문제로 시끄럽지만 파국으로 가지 않고 완만히 봉합된다면 우리 경제도 하반기에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만의 하나 유럽재정위기가 파국으로 가서 유로존이 깨진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최악으로 간다면 지금의 성장률 전망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 정책방향은 “균형재정 회복·저금리 유지”

KDI는 최근의 경기둔화가 실물경기 급락으로 확대되지 않는 한 재정건전성 제고에 초점을 둔 현재의 재정정책기조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기가 위축된 만큼 올해 예산의 불용액을 최소화하는 등 예산범위 내에서 경기조절을 위한 적극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전 재정의 기틀을 위해서는 비과세·감면의 전면적인 재평가와 세정 강화를 통해 세원을 확대하고 성과평가에 기반을 둔 지출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성과 미흡 사업에 대해선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과 신규입법에 따른 재정부담에 대한 사전 검증과정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통화정책은 국내 여건을 고려해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면서 불안요인에 대응할 여지를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작년에 저금리를 방치해 물가불안에 일조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중장기적으로는 정책의 신뢰성을 높여 경제 주체의 물가상승 기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정책은 저축은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저축은행업에 대한 구조개혁을 주장했다. 저축은행 부실로 인한 금융불안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도한 외형확장 억제, 대주주의 적격성 유지 요건 심사기준 강화를 통한 불법행위 원인 차단 및 징벌적 제재 부과, 도산 확률을 고려한 예금보험제도 개편을 대안으로 건의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과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한 것이 부실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들어 한계기업에 대한 선별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을 밝힌 점도 눈에 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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