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 수출 빨간불

對이란 수출 빨간불

입력 2012-05-23 00:00
수정 2012-05-2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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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는 ‘살얼음판’… 정부는 ‘무대책’

“하루아침에 수출국을 바꿔 보라는 정부의 무책임한 대책에 화가 납니다. 10년 동안 이란 수출선 확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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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A기업 대표 김모(53)씨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씨는 “2000개가 넘는 기업들이 한꺼번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와 정부는 동반성장, 상생경영을 하라고 윽박만 지르지 말고 고사 직전에 놓은 이란 수출기업을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대이란 수출 중단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자 국내 2151개(지난해 말 기준) 이란 수출기업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란은 국내 정유사들이 지불한 원유 수입대금을 현금으로 받지 않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예치, 이를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의 대금으로 치르고 있다. 그런데 이달 말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국내 은행 계좌에 예치한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 결제대금, 약 5조원은 서서히 바닥나게 된다. 따라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란에 수출한 물품대금의 회수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당장 큰 손실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 장기화되면 자금줄이 막힌 수출기업들의 도산도 우려된다.”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P기업 관계자는 “원유 수입 중단 이후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해 예치 은행의 잔고가 바닥나고 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이란 수출기업 2151개 중 85%(1821개)가 연간 수출 대금 100만 달러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이란산 원유의 필요성이 커진 일본 등과 연대해 유럽연합(EU) 측과 사고배상책임(P&I)보험 중단 조치를 6개월 미루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막판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지원대책 발표 등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아무도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한준규·홍혜정기자 hihi@seoul.co.kr

2012-05-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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