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하 기대-기존 업체 타격 우려 교차
홈플러스가 21일 연내 알뜰폰(이동통신 재판매·MVNO)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동통신 업계에 일대 변화가 일 전망이다.통신업계는 홈플러스의 진출로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알뜰폰 사업을 먼저 시작한 중소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알뜰폰 시장의 경쟁이 기존 이통사의 점유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로 부상했다.
업계는 홈플러스의 모기업인 테스코가 영국에서 알뜰폰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홈플러스도 알뜰폰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대형 유통업체의 장점을 살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전국 130여개 점포를 통해 알뜰폰을 널리 보급하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 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 활성화도 이끌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자급제란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다양한 유통망에서 휴대전화를 사고팔 수 있는 제도로 지난 5월 시행됐지만,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아직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형마트가 통신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자연스럽게 자급제 휴대전화에도 관심을 둘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알뜰폰과 자급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요금인하와 단말기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며 내놓은 대책이기 때문에 대형마트의 알뜰폰 진출이 궁극적으로는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막강한 경쟁자의 출현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
중소 알뜰폰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단말기 수급과 유통이라는 고민이 없기 때문에 출발부터 우리보다 유리하다”며 “통신업계의 틈새시장인 알뜰폰 사업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알뜰폰 시장의 판을 키우며 동반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의 알뜰폰 사업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홈플러스에 망을 제공하기로 한 KT는 “대형 유통업체를 파트너로 둠으로써 알뜰폰 도매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동통신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KT는 CJ 계열사인 CJ헬로비전에 이어 홈플러스라는 대형 업체와 알뜰폰 사업 협력을 맺으며 망 도매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뜰폰 업체들이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의 가입자를 빼앗아 오면 KT는 망 이용대가 수익도 올리고 이동통신 점유율도 높일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은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타격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가 협력을 제안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대형마트와의 알뜰폰 사업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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