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경제기획원 출신 대거 참여…외연 확대 포석인 듯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중도 성향의 경제 학자ㆍ관료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외연 넓히기에 나선 모양새다.문 후보는 27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경제정책 모임’을 연다.
참석자들은 ‘안정적 국정운영’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중도 성향을 띤 인물이다. 박 승 전 한국은행 총재,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주요 참석자다.
이들을 끌어들인 것은 세계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민생의 기초인 경제문제를 선점하는 동시에 대선 ‘3강 후보’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자신의 정책ㆍ이념적 성향을 일정부분 중화시켜 지지층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대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정책대결이 실종된 ‘한국적 현실’을 반영하듯 문 후보 역시 핵심 경제브레인의 윤곽을 내놓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모임 참석자들은 문 후보의 경제정책 입안에 일정한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석자들의 면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박봉흠 전 장관, 변재진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대표 인물이다.
이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국가 주도의 계획ㆍ개발 경제를 주도한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문 후보가 집권하면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을 새로 짤 때 이들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벌개혁, 보편적 복지라는 좁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지는 ‘경제민주화’ 화두에 경제기획원 출신들의 성장ㆍ개발 노하우를 접목시킬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모임 인사말 일성으로 “한국경제가 저고용, 저소득, 저성장의 ‘3저 수렁’에 빠져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몇몇 대기업은 나름대로 실적을 내고 있어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착시현상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경제민주화를 재벌개혁으로만 환치시키는 좁은 시각을 경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서 정책 행보를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간의 대표적인 경제공약은 재벌구조 전면 개혁,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무상 급식ㆍ보육, 부자감세 철회, 슈퍼부자 증세 등이었다.
이날 모임의 좌장격인 박 승 전 총재는 대표적인 성장ㆍ발전론자다.
박 전 총재는 ‘노태우 정부’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과 건설부 장관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일산, 분당 등 신도시 개발을 입안ㆍ주도했다.
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인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냈다.
특히 여야 모두로부터 합리적 정책통이란 평가를 받고 있어 일자리 창출, 고용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맡을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모임의 면면을 보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우선 문 후보측에 포진한 옛 경제기획원 출신 인사들이 ‘노무현 정부’에서 중용됐다는 점에서 대체로 ‘국가주도형 관치’에 익숙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박 전 총재 역시 부동산 개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등을 주저하지 않는 성향의 인물로 분류된다.
구여권 출신으로 ‘선거기획통’인 윤여준 전 장관을 영입해 세력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이날 모임 참석자 상당수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색채가 강한 것도 경제정책 입안의 외연을 좁히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는 “참석자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편이어서 좌우를 아우르는 경제정책이 나올 수 있다”면서 “그러나 (성장과 복지 등을 놓고) 내부 충돌이 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서 하우스푸어 문제보다는 거래활성화 쪽의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박봉흠, 변양균 전 장관 등 기획예산처 출신들을 통해 보편적 복지 재원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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