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밀가루값 담합 배상’ 판결 파장
3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가격을 담합한 밀가루 생산업체가 중간소비업체인 삼립식품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담합과 관련해 중간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사건인 만큼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당장 농심이나 롯데 등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다른 제과·제빵·라면업체 등에서도 비슷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만큼 당장 줄소송이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유사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면서 “추가 소송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설탕도 담합 판정을 받은 만큼 즉각적인 유사 소송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샤니·파리크라상·삼립식품 등 3개 제빵업체는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양측은 올 3월 상호합의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
이번 판결은 최종 제품까지 중간 단계를 많이 거치는 전자, 자동차, 기계 등 산업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규모 공공 공사뿐 아니라 아파트 수주에서도 담합이 잦은 건설업계가 유독 긴장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마찬가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기, 평판TV, 노트북PC 소비자 가격을 담합해 올려받은 사실이 적발돼 지난 1월 공정위로부터 총 4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담합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정유사들도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도 이번 사안이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밀가루는 특정 제품으로 가공·변형돼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반면 기름은 완제품이 대리점을 거쳐 그대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방식이라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2012-12-04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