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외국계銀 고배당 마이웨이 ‘눈살’

[경제프리즘]] 외국계銀 고배당 마이웨이 ‘눈살’

입력 2012-12-18 00:00
수정 2012-12-1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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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SC, 순익 급감 불구 해외본사에 송금강행 결정

은행들의 실적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이런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번 돈보다 많은 돈을 배당으로 나눠먹는 곳들이 있다. 외국계 은행들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이어 한국씨티은행도 고배당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한국씨티금융지주에 798억원을 중간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이 돈은 세금 등을 떼고 고스란히 내년 3월 미국 씨티은행 본사로 송금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측은 “경기 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씨티은행이 외부로 고배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미국 본사로 갈 배당액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씨티은행의 3분기 순익은 3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92억원)보다 73.3%나 급감했다. 중간배당액이 3분기 순익의 배가 넘는다. 씨티는 2010년에도 1002억원을 배당했다. 이 가운데 799억원을 미 본사로 송금했다. 지난해에도 1299억원을 중간배당해 875억원을 본사로 보냈다. 최근 3년에만 2000억원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씨티은행 측은 “올해 중간배당액이 3년 동안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해명하지만 실적은 그 이상으로 나빠졌다는 점에서 고배당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SC은행도 지난 9월 6일 이사회를 열어 1000억원의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500억원을 본사인 영국 SC그룹에 송금하기로 했다. 당초 2000억원의 중간 배당과 1500억원의 본사 송금을 추진하다가 금융 당국의 제동으로 액수를 낮췄다.

대손준비금 환입금을 빼면 SC은행의 상반기 실질 순익은 125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93억원보다 49.7%나 감소한 수준이다. 중간배당액이 결정된 이후의 3분기 순익도 4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33억원)보다 64.0% 줄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회사의 속성상 주주들에게 일정 이익을 나눠주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으나 요즘처럼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위기에 대비해 번 돈을 비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해외 본사로 나가는 돈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외국계 은행들이 비판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펑크’난 본사의 실적을 한국 지사들이 ‘자판기’처럼 메워주고 있다는 냉소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2012-12-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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