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없는 복지 가능할까…증세위해 국민 합의 필요

재원없는 복지 가능할까…증세위해 국민 합의 필요

입력 2013-07-23 00:00
수정 2013-07-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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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률 낮고 고령화·저성장으로 돈쓸 일 많아소득세·부가세 늘리고 법인세 완화 방향 제시…증세 가능성 열어둬



조세재정연구원이 23일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은 복지 수요로 커질 수밖에 없는 재정 부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데다 선진국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낮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세입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연구원은 소득세와 일반소비세의 비과세·감면을 줄여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증세나 조세부담률 제고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복지 확대로 재정 부담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 돈 쓸 일 많아지는데…조세부담률 선진국 비해 낮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0년 기준 19.3%다. 영국(28.3%), 프랑스(26.3%), 독일(22.1%) 등 유럽 선진국은 물론, OECD 평균(24.6%)보다도 낮은 편이다.

일본(15.9%)이나 미국(18.3%)은 조세부담률이 한국보다 높지만 오랜 기간 재정 적자를 보이고 있다.

조세부담률이 선진국보다 낮은 상황이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조세부담률이 증가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조세부담률이 각각 1.2%포인트씩 늘어 각각 0.4%포인트와 0.6%포인트 늘었던 전두환 정부와 김영삼 정부보다 증가 폭이 컸다.

이처럼 조세부담률이 높지 않은 편인데다 앞으로 ‘돈 나갈 데’는 많을 것 같다는 게 문제다.

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복지지출이 2009년 대비 9.5%에서 2050년 21.6%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복지 정책 등 대선공약을 지키는 데만 앞으로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을 막기 위한 성장잠재력 확충, 소득분배 상황 개선에도 조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환경 변화 측면에서 오염물질 배출이나 에너지 수요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하고, 통일 시 막대한 재정 소요를 고려한 여력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소득세·소비세 늘리고 법인세 완화 제안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한국이 장기적으로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부가가치세 수입은 늘리고 법인세 부담은 완화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제언했다.

2010년 기준 OECD 국가는 총 조세수입의 44.4%를 소득세(23.9%)와 일반소비세(20.5%)로 조달하고 있다. 한국은 소득세(14.3%), 일반소비세(17.6%)를 합치면 31.9%다.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OECD 국가들이 재정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세수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썼다며 한국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인세는 효율성과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점차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조정 등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을 들었다.

이 방법을 통해 조세제도와 행정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면 재정수입도 확보하고 조세의 공평성·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근거다.

소득세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등 면세자 축소·과표 양성화를 통해 과세 기반을 확충하고, 소비세는 부가가치세 면세·감면제도를 정비하고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품목을 조정하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재산과세제도는 ‘거래세 인하·보유세 강화’ 방향을 유지하면서 양도소득세의 중과제도를 폐지하는 등 투자·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법인과세제도에서도 비효율을 유발하는 비과세와 감면을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증세 없이 가능할까…”국민적 합의 도출해야”

세수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밝혔지만, 연구원은 ‘증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증세 없이 복지수요 확대와 커지는 재정압박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조세재정연구원 역시 추후 복지재원 수요, 잠재성장률 수준, 비과세·감면 축소 및 지하경제 양성화의 성과 등을 고려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증세 가능성을 열어뒀다.

핀란드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조세부담률(36.3%)을 바탕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복지를 보장하고 있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들 국가의 예를 들며 “북유럽 국가의 국민은 세금을 많이 내면서 복지혜택을 받는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국민부담률이 낮다. 이것은 각 사회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했는데도 (재정 문제로) 복지를 못한다면, 그 때에는 복지를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인지, 하면서 세금을 올릴 것인지 국민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이후 조세부담률이 증가할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빨리 증가시키기보다는 속도를 신중히 조절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인 증가 폭은 ‘사회적 선택’으로 정해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장기적인 조세부담률 목표에 대해서는 “적자규모가 커서 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거나, 조세부담률이 10% 미만이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아니면 국가가 조세부담률의 장기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전반적으로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가세율에 대해서도 “언젠간 조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부가세율 조정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 본다”며 증세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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