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돈 구하기 피 말린 ‘사투’

동양그룹, 돈 구하기 피 말린 ‘사투’

입력 2013-09-25 00:00
업데이트 2013-09-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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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회장 백방 지원호소…금융기관 반응은 냉랭

동양그룹이 시장과 금융권에 손을 내밀며 자금 확보를 위해 매일 피 말린 사투를 벌이고 있다.

25일 산업·금융·증권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동양그룹 고위관계자들은 마라톤회의를 벌이며 밤샘근무 중이고 현재현 회장은 돈이나 담보 등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나 회사채 발행 등 시장 상황과 시중은행 등 여신 금융기관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랭하다.

기업어음(CP) 등이 하루하루 만기가 돌아오고 있으나 그룹이 어려움에 빠졌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면서 동양그룹의 돈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동양그룹은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 발행을 위해 추진하려던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 그룹의 어려움이 불거지고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면서 청약 미달 가능성이 커진데다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동양이 제출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오리온의 동양에 대한 지원 거절’, ‘일부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 등 최근 발생한 투자위험 요소가 빠졌다며 정정요구를 할 계획이었다.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상장 기업은 증권신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동양그룹은 이날 오후까지 회사채 발행 여부를 고민하다가 다른 조달 방안을 찾기로 결론을 내렸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신고서 낼 때 신용등급이 떨어진 상태라 청약이 잘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자금조달을 위한 모든 방법과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까지 시간이 걸리고 청약 미달 가능성이 커 철회하기로 하고 다른 조달 방법을 물색하고 있다”며 “잔여 현금성 자산으로 우선 급한 불을 끌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은 또 현재현 회장이 직접 나서 여신을 보유한 산업은행 등 은행 고위급 인사를 만나면서 자금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오는 것도 녹록지 않다.

동양그룹의 금융권 여신은 9천억원으로 1조원을 밑돈다. 이 중 은행권 여신은 산업은행, 농협, 우리은행 등 3곳에서 대출받은 6천억원 정도다. 그나마도 산업은행의 여신이 ㈜동양과 동양시멘트 대출 3천500억원 등 총 4천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단 산업은행은 여신이 있는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자금 지원을 요청해오면 자금 사용처와 상환 계획을 받아보고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실제 자금을 빌려줄지는 미지수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자금 지원을 요청해오면 검토할 수 있다”며 “자금 사용처와 상환계획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지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동양인터내셔널이나 동양레저 등 어려운 계열사에 빌려줄 목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한다면 지원해주기 곤란하다며 선을 그었다. 돈을 빌려줬다가 나중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동반 부실에 처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협은 올해 5월 동양그룹의 자금 지원 요청을 거부한 이후 현재까지 지원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동양그룹은 당초 계획대로 동양증권 등 자산을 하나로 묶는 에셋 풀링을 통해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자산담보부대출(ABL) 등의 발행을 추진키로 하고 오리온 대신 신용을 제공할 곳을 백방으로 찾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ABS와 달리 시중은행에서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ABL을 선호하고 있다고 동양그룹은 전했다.

당장 동양그룹이 이달 말까지 만기 도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2천250억원으로 추산됐으며 이 중 1천억원 정도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음 달에도 4천200억원 규모의 채권이 만기 도래하지만, CP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만기가 돌아온 CP를 막지 못하면 부도를 맞게 되는 만큼 동양그룹으로선 어떻게든 위기를 넘겨야 한다.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하루도 빠짐없이 밤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회의 등 근무를 하고 있다”며 “모든 자금조달 창구를 열어놓고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는 대로 돈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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