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재원 마련 쉽지 않다…증세론 다시 부상

공약재원 마련 쉽지 않다…증세론 다시 부상

입력 2013-09-30 00:00
업데이트 2013-09-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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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제시했던 공약가계부가 본격적인 실행 첫해인 내년부터 어긋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공약 재원 마련 계획의 현실성 논란이 불거진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경우 현 정부 집권 중후반기인 2015∼2017년에 공약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이미 연평균 4%의 성장률을 설정해 공약재원 계획을 세운 이상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예상이 주류다.

결국 공약을 조정해 돈 씀씀이를 줄이거나 증세를 단행해 수입을 늘리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지하경제 양성화 ‘험로’…세출 구조조정 첫해부터 삐걱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예상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라는 변수 때문에 정부가 지난 5월 마련한 공약가계부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되고 있다.

기재부는 공약가계부에서 2013년 7조4천억원, 2014년 17조4천억원, 2015년 30조5천억원, 2017년 36조8천억원, 2017년 42조6천억원으로 설정,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더 많은 재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설계했다.

이는 ‘누적’ 개념이어서 계획대로 재원을 마련하려면 올해와 실행 첫 해인 내년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세입 확충 계획과 세출 구조조정에 모두 난항이 예상돼 공약가계부의 첫 단추부터 어그러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세입 측면에서 올해 2조9천억원, 내년 7조6천원으로 2년간 총 10조5천억원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10조5천억원 확충 계획 중에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8조2천억원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내년 국세 세입 추계를 기존 계획보다 20조원이나 줄였는데, 이처럼 세수 상황이 나쁜 가운데 지하경제 양성화만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 투자 활성화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업들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조사 강화를 경제 민주화 입법, 대기업 오너에 대한 검찰 수사 등과 함께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세출 구조조정 역시 경기 상황과 국회, 각종 이익집단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SOC)·산업·농림 등 재량지출 분야에서 5조8천억원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3개 분야 모두 지난해 발표한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의 분야별 지출 규모보다 같거나 되레 늘어난 수준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약가계부에서 제시한 수준의 세입 확충이나 세출 절감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공약가계부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재정적자나 경제 상황이 워낙 나빠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 복지공약 축소론·증세론 부상

140개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135조원을 마련한다는 공약가계부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공약을 수정하거나 증세를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거론되는 방안은 시기나 대상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공약을 축소하는 것이다.

정부가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던 처음 공약에서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기준 상위 30%를 제외한 나머지 70%에만 매달 10만∼20만원을 차등적으로 지급하겠다며 후퇴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미 발표된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국민 기대에 못 미친 점도 복지 공약 축소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부족한 복지 재원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증세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 축소를 놓고 일찌감치 ‘부자감세 철회’를 통한 재원 확충을 주장해온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증세없는 복지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국회 3자 회담에서 “세출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 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경기 회복세를 굳히지 못한 상황에서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비과세·감면 정비나 지하경제 양성화 등 측면에서 먼저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증세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가 공약했던 기초연금 등의 복지 공약은 경기 등을 핑계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공약을 축소하기보다는 법인세를 증세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세보다는 투자 활성화로 경기를 살리고, 이를 통해 세수에 차질이 없도록 해 공약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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