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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쇼크] “엔低때 정부 지원 받으려면 엔高땐 복지재원 내놓아야”

[엔저 쇼크] “엔低때 정부 지원 받으려면 엔高땐 복지재원 내놓아야”

입력 2014-01-07 00:00
업데이트 2014-01-07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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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탓만 하는 국내 대기업들

엔저(円低·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심화될 때면 정부는 기업들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 약화와 관광수지 적자 등을 이유로 ‘하소연’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경쟁력 개선의 노력은 없이 매번 볼멘소리만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엔저에 따른 수출 감소라는 부정적인 효과도 생각보다는 미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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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엔화를 세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엔화를 세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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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우리나라의 수출은 7개월 후 0.73% 줄었다. 엔·달러 환율이 오르면 엔저 현상이 심화된다. 하지만 10개월 후에는 영향이 미미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경쟁력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의미다. 1998년 1월~2012년 10월 환율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입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흔히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우리나라와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제품의 값이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익이 극심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30대 수출품목 중 16개가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원·엔 환율이 1300원 선에서 1100원대까지 급락한 지난해 초 전기·전자, 차량, 선박, 철강제품, 화학공업품 등 산업에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엔저 현상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자동차의 경우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원·엔 환율은 2012년 4분기 1346.13원에서 지난해 1분기 1175.64원으로 급락했고, 같은 해 2분기에는 1137.88원으로 더 내렸다. 하지만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2년 4분기 1조 8200억원에서 지난해 1분기 1조 8000억원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고, 2분기에는 2조 4000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현대차 이익을 결정하는 요인 중에 하나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중국 수요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며 “중국 수출이 둔화된 2012년 4분기와 지난해 1분기에 이익이 비슷했고,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열도 분쟁이 일어난 2분기에는 중국 수출이 늘면서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졌던 2005년 초에도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정보기술(IT), 철강 업종 등의 수출이 양호했고 지난해 엔화 약세 과정에서도 IT,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에 큰 피해가 없었다”면서 “과거 일본과 경합 수출품목의 해외 생산 비중이 확대됐고 품질 경쟁력도 높아져 환율보다는 글로벌 수요가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 엔저 현상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진 곳은 관광업계다. 엔·원 환율이 떨어지면 국내에 들어오는 일본 관광객은 줄고 일본으로 가는 우리나라 관광객은 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관광수지는 2억 56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1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 갔다. 특히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인 관광객 수요가 22%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오상훈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엔저 현상이 관광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라면서 “제주도는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을 돌파했는데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중국인 여행사와 중국계 호텔을 이용해 관광수지 개선에 도움이 안 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일본 경제가 회복돼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하면 우리나라 수출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경우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2.8%였고,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때는 2%대 초반이었다. 또 중립적인 상황의 경우 2.6%로 전망했다. 실제 정부가 추산하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8%이기 때문에 지난해 아베노믹스는 엔저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엔저로 인한 영향이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대일 수출은 엔화 결제가 높아서 다소 영향을 받지만 세계 수출은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은 오는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물가안정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경기회복이 견조해질 수 있도록 한국은행이 통화신용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리 동결이 우세하지만 환율 방어의 목적으로 금리 인하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점점 늘고 있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을 정부가 심하게 조정하면 국제적인 환율 전쟁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제 대기업은 품질로 승부를 해야 한다”며 “미국도 달러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그때마다 미국 기업들이 볼멘소리를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엔화가 떨어질 때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엔화가 오를 때 얻는 이익을 복지 재원으로 내놓아야 한다” 지적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긴급 설문조사 전문가 30인 명단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 전략실장, 김진욱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 연구위원, 김철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박광서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 이동은 대외경제연구원 국제거시팀장,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주동헌 한양대 경영학부(에리카 캠퍼스) 교수, 최의현 영남대 경제학과 교수, 최용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가나다순)
2014-01-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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