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 막자’…정부, 의협 요구 대폭 수용

’집단휴진 막자’…정부, 의협 요구 대폭 수용

입력 2014-03-17 00:00
업데이트 2014-03-1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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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시범사업·수가 결정구조·전공의 환경 등 개선 약속

24일로 예고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2차 집단 휴진을 앞두고 펼쳐진 막판 협상에서 다행히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안 도출에 성공함에 따라 일단 ‘의료대란’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입법 전 원격진료 시범사업과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결정제도, 전공의 수련환경 등에 대한 개선 의지와 일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힌 만큼, 의료계도 국민의 불편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2차 집단 휴진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원격진료 4월 시범사업·건정심 개편·전공의 수련시간 감축 등 추진

17일 정부와 의협이 발표한 ‘중간 협의안’에 따르면 의협이 그동안 대정부 투쟁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웠던 원격진료 도입의 경우, 양측은 의협의 주장대로 국회 관련법 처리에 앞서 시범사업을 시행해 문제점을 파악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본적으로 우선 원격의료 도입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후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더구나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4월부터 6개월동안’이라는 시범사업의 일정과 기간까지 구체적으로 합의해 실행이 사실상 확정됐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등을 포함한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역시 정부의 일방적 강행을 막기 위해 의협은 물론 병원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 등이 따로 논의 기구를 통해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

또 의협이 항상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해온 수가 결정 구조도 손질된다.

해마다 의사나 약사 등은 협회를 통해 정부·건강보험공단과 자신들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대가, 이른바 수가를 얼마나 올릴지 협상한다. 이견이 커 협상이 결렬되면 공적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이 표결로 조정 폭을 확정하는 구조이다.

현재 건정심 위원은 위원장(복지부 차관)을 제외하고 공급자측 대표(의협·병협·치협·한의사협 등) 8명, 가입자측 대표(경총·민노총·한노총·지역가입자 등) 8명, 공익대표(복지부·기재부·공단·심평원 관계자 및 장관 위촉 교수·연구원 등) 8명 등 모두 24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의협측은 중립적 시각으로 판단해야할 공익대표 8명에 정부측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이번 중간 협의안을 보면, 정부가 이같은 의료계의 불만을 받아들여 개선안을 내놨다.

현재 공익대표 가운데 복지장관 등의 추천 몫 4명을 가입자와 의협 등 공급자가 같은 수로 추천하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의협과 건보공단의 수가 협상이 깨질 경우 건정심으로 넘어가기 전에 가입자·공급자가 참여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논의하는 제도적 장치를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집단 휴진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전공의들을 달래기 위한 ‘당근’들도 제시했다. 지침상 ‘최대 주당 88시간’으로 규정된 전공의 수련 시간을 유럽(48시간)·미국(80시간)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축소 조정하고, 전공의 재수련(유급) 조항도 폐지를 사실상 약속했다.

아울러 앞서 합의한 수련 환경 개선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수련 병원을 실효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전공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 수련환경 평가 대안을 오는 5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 2월 의료발전협의회 협의안 보다 ‘진전’…진료 거부 찬성률 50% 밑돌 듯

이제 24~29일 2차 휴진 강행 여부는 전적으로 9만여명 의협 회원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의협은 당장 18일부터 이날 발표된 중간 협의안을 투표에 부치고, 투표율에 상관없이 투표 참여 회원의 50%이상이 원하는 대로 향후 일정을 조정한다.

정부측은 일단 의사들이 이번 협의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과반수가 집단 휴업 강행에 반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쟁점이었던 원격의료의 경우, 국회 입법 과정에 앞선 시범사업의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된 만큼 다수의 의협 회원들도 이 선에서 협상안을 수긍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정보통신(IT) 기술을 의료 서비스와 접목,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원격의료 도입 시도를 계속 원천적으로 틀어 막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통한 안전장치 마련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의-정 갈등의 또 다른 구조적 요인인 ‘저(低)수가’, ‘불리한 수가 결정 구조 문제’ 역시 의협으로서는 일단 이번 정부의 약속을 믿고 이행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다만 협상안에서 건정심 공익대표 8명 전원을 가입자와 의료 서비스 공급자가 반반씩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공단 관계자 몫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추천 위원 4명에 대한 동수 구성만 제안된 만큼 이 부분을 놓고 의협 내부에서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정이 의료발전협의회 논의를 거쳐 지난 2월 18일 발표한 협의안과 비교해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점, 건정심 구조 개편 입법 추진, 전공의 환경 개선 실효성 제고 방안 등이 추가된 만큼 의협 회원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28일 의협 회원들은 의료발전협의회 최종 협상안에도 불구, 집단 휴진에 76.69%(3만7천472명)가 찬성해 결국 이달 10일 강행한 바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협의안에 아직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의미있는 진전도 상당히 있었다”고 일단 총평했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은 회원들이 이번 안을 부결하면 무효화한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부결될 경우 정부도 재협상 보다는 원칙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의협 회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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