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協 “가족 동원해 일해도 대기업 초봉 수준”

주유소協 “가족 동원해 일해도 대기업 초봉 수준”

입력 2014-04-08 00:00
업데이트 2014-04-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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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마진 3천800여만원…”정부 시장개입 중단, 주간보고 철회해야”

주유소를 운영해 남기는 연간 영업이익이 대기업 신입사원의 초봉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를 차리면 ‘부자’까지는 아니지만 ‘지역유지’ 소리를 들으며 먹고 살 만했던 것도 옛말이 된 셈이다.

사단법인 한국주유소협회가 작년 말 전국 2천704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서면·면접 조사를 진행해 8일 공개한 ‘2013년도 주유소 경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주유소당 연간 영업이익 평균은 3천800여만원으로 확인됐다.

연간 매출액 평균은 37억4천100여만원이지만 매출원가가 35억1천700여만원으로 94.0%를 차지하고 영업비용 1억8천500여만원까지 제하면 남는 돈은 3천800여만원 정도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1.0%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 3천712만원(취업포털 잡코리아)과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영업시간과 종업원 현황 등 실태를 들여다보면 더욱 열악하다.

주유소의 85.9%는 월평균 30일 이상 영업한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휴일이 없는 시스템이다. 하루 평균 영업시간은 12시간 이상∼18시간 미만(64.4%)에 달한다.

18시간 이상∼24시간 미만 일하는 주유소와 아예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주유소도 각각 18.1%와 12.7%를 기록했다.

상시 근로자 수는 1∼2명인 곳이 52.5%로 가장 많고 이어 3∼4명이 32.0%다. 부족한 부분은 임시 근로자로 메울 수밖에 없어 상당수 주유소는 1∼2명(73.7%)의 임시직을 고용하지만, 종업원의 52.5%가 1년을 못 채우고 퇴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구들까지 무급으로 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체 주유소의 93.8%는 무급 가족종사자를 1∼2명씩 두고 있다고 답했다.

주유소 운영자의 고령화가 가속화돼 50대가 40.8%, 60대 이상이 34.8%를 차지하는 등 장·노년층이 대다수지만 자녀에게까지 주유소를 물려주겠다는 사람은 7.7%에 그쳤다. 나머지 74.5%는 ‘물려주지 않겠다’, 17.5%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36.2%는 수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신규 사업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 가운데 사업 선호도는 ▲ 세차기(24.5%) ▲ 편의점(20.1%) ▲ 패스트푸드점(12.4%) ▲ 경정비(11.2%), 커피숍(7.6%) 순으로 나타났다.

주유소업계가 향후 운영과 관련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매출이익 감소(22.4%)다. 이어 16.5%는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 증가를 꼽았다. 실제 주유소의 결제수단별 매출 비중은 신용카드가 54.7%로 가장 높아 카드 수수료 부담이 심각하다.

3위는 종업원의 확보(8.3%)로 셀프주유소 증가(7.8%), 염가 판매업자의 저가 공세(7%), 대형주유소 증가(6.6%)보다 사람 구하는 게 더 걱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 개선책으로는 공급 업체인 정유업계에 대해 혼합판매를 허용하는 등 거래 조건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30.0%)가 높았다.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에 대한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가격 구조를 재검토해달라는 의견이 20.7%, 신규 사업으로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자구책도 12.1%가 나왔다.

사업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서비스 개선으로 단골을 만들고(29.8%), 비용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29.3%)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18.3%는 사업을 접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답해 주유소 폐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주유소협회의 관계자는 “1990년대 주유소간 거리제한과 가격고시제 등을 폐지해 업계를 경쟁 체제로 내몰았던 정부가 이제 와서 알뜰주유소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주간거래상황 보고 등 규제만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석유 유통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시장 개입 중단과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철회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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