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청약시장 ‘가수요’ 기승

지방 아파트 청약시장 ‘가수요’ 기승

입력 2014-04-27 00:00
업데이트 2014-04-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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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울산 등 분양권 전매율 최고 80%…수도권은 10% 미만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인 가운데 일부 지방 아파트 청약에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투자수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아파트 단지 분양에 수만명이 청약해 청약경쟁을 부추기는가 하면 서울·수도권의 청약통장이 지방으로 건너간 ‘원정 청약’도 성행하고 있다.

이들 가수요는 실수요자들의 당첨 확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분양권 가격도 올려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방 분양권 전매 최고 80%…전매차익 노린 투자자 많아

27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분양된 지방 신규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가 수도권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권 전매 건 수가 많다는 것은 실거주 목적보다는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많이 청약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 1순위에서 3만2천여명이 청약하며 ‘청약 신드롬’을 일으킨 대구 북구 침산동 화성드림파크는 계약 시작 보름여만에 아파트 835가구중 30% 가량의 분양권이 전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의 ‘떴다방(무등록 이동식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계약 직후 소형의 경우 1천500만∼2천만원, 중형 이상은 3천만∼3천5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떴다방의 관계자는 “화성드림파크가 오랜만에 대구 시내에서 분양된 아파트인데다 시세차익이 기대되면서 투자수요자들이 많이 청약했다”며 “팔려고 내놓은 분양권이 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지역의 경우 최근 2∼3년 새 혁신도시 등지에서 신규 분양이 대거 이뤄져 실수요자의 상당수는 이미 분양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분양되는 새 아파 청약자의 최소 30∼40%는 실 입주보다 전매차익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청약을 받은 대구 오페라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 아파트 역시 단기 차익을 노린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게 현지 떴다방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아파트는 409가구 모집에 3만1천여명이 청약해 84㎡의 경우 경쟁률이 최고 105대 1에 달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지방에서 단일 아파트의 청약자가 3만명을 넘었다는 것 자체가 거품이 끼었다는 의미”라며 “이 아파트도 투자수요가 많아 전매율이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에 분양된 아파트도 청약률이 높았던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권 전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말 인기리에 분양한 울산 약사동 현대아이파크는 계약후 약 4개월간 전체 689가구중 무려 80%가 손바뀜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계약자의 80% 이상은 실입주보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현재 500만∼1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분양권이 팔리고 있다.

또 GS건설이 지난해 3월 분양한 부산 신화명리버뷰 자이는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분 649가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의 분양권이 전매됐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3월에 분양한 창원 마린 푸르지오(2천132가구)도 40%가량이 전매됐다.

이러한 전매율은 서울·수도권 아파트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지난해 6월 GS건설이 분양한 서울 마포구 공덕자이는 임대아파트와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분 212가구 가운데 9%만 전매가 이뤄졌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분양한 동탄2신도시 푸르지오 아파트도 1년 전매제한이 풀린 올해 3월 이후 두 달여간 1천348가구중 4%의 분양권만 손바뀜을 했다.

◇ 수도권→지방 ‘원정청약’, 통장거래도 성행

이처럼 투기수요가 몰리는 데에는 서울·수도권에서 내려온 이른바 ‘점프 통장’이 가세한 영향이 크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구, 부산, 울산, 광주광역시 등 주요 대도시 아파트에 서울·수도권 통장 보유자들의 ‘원정 청약’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 수도권 거주자들은 청약 직전 지방으로 주소지를 옮겨 위장전입을 하고 청약 후 당첨이 되면 원래의 수도권으로 주소지로 옮겨간다.

위장전입은 비어있는 원룸 등을 통해 간단하게 이뤄진다는 게 떴다방들의 전언이다. 지방에 친척이나 지인 등이 없는 경우 곧바로 입주할 수 있는 비어 있는 원룸 등을 찾아 임시로 주소지를 옮겨놓는다.

이후 즉시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 등 계약에 필요한 서류를 떼어 놓은 뒤 3∼4일만에 다시 주소지를 원래 거주지로 옮기고 사전에 준비한 서류로 계약을 치르는 것이다.

이러한 원정청약은 최근 분양시장이 활황인 대구·부산 등에서 가장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떴다방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아파트당 300∼400여개는 점프 통장이 기본으로 깔린다”며 “부산·광주·전주 등지에도 이보다는 작지만 원정 청약자들이 입질을 한다”고 말했다.

통장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등이 많아 가점제 점수가 높은 통장은 당첨확률이 높아 1천400만∼1천500만원에 통장 거래가 이뤄진다.

떴다방 등은 이런 통장을 매집해 원정청약을 하고, 당첨이 되면 분양권을 전매해 프리미엄을 챙기고 있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수법이다.

지방의 경우 청약통장 가입후 6개월이면 1순위 자격이 발생해 시세차익을 노린 일반 투자자들도 대거 청약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분양대행회사의 대표는 “최근 2∼3년 간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전매차익’을 얻는 걸 지켜본 일반인들이 투자목적으로 통장을 새로 만들어 청약에 가담하고 있다”며 “일종의 학습효과인 셈”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러한 떴다방 등에 의한 가수요 청약이 심각하다고 보고 대구지방 국세청과 경찰청 등과 함께 청약시장의 투기와 불법 행위 등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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