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동부그룹, 내놓을 카드 있나

’사면초가’ 동부그룹, 내놓을 카드 있나

입력 2014-06-29 00:00
업데이트 2014-06-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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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동부화재 지분 담보 내놓으라’ 전방위 압박동부 측 “금융·비금융은 구조상 분리”…”지분 사수”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과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을 받는 동부그룹이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부그룹의 비금융계열 지주회사인 동부CNI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대두하고 있어 그룹 전체가 점점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여부를 논의하고 동부CNI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이번 주가 재계 18위 동부그룹의 운명에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과 동부그룹에 따르면 채권단과 신용보증기금(신보)은 이날 중 협상을 벌여 동부제철의 구조조정 방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신보와 협상 후 30일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어 워크아웃을 포함한 동부제철의 구조조정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애초 발표대로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비협약 채권자인 신보는 차환발행 회사채 인수 부담(300억원)과 재무적 불확실성 때문에 자율협약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채권단은 동부그룹 측에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김준기 회장의 장남 남호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14.06%)의 추가 담보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오너 일가에서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내놓아야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여러 경로로 김 회장 측에 ‘오너 일가가 성의를 표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동부제철 자율협약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남호씨가 특수관계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협조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은 2009년 우리·하나·외환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됐다. 당시 주가는 1만9천500원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5만1천100원(27일 기준)으로 치솟아 당시 대출금을 제외한 추가 담보 여력이 3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은 그러나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이 비금융계열사의 구조조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지분 사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금융계열사들 중에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가진 곳이 없다. 금융·비금융이 완전히 분리된 구조인데 비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맡기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호씨와 김 회장 등의 동부화재 지분은 31.3%로 김 회장 지분은 이미 담보로 제공됐기 때문에 남호씨 지분까지 넘어가면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상실하게 된다.

동부화재는 동부증권과 동부생명을 양대 축으로 동부저축은행, 동부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거느리는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어 김 회장에게는 동부화재 지분 상실이 곧 전체 금융계열사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가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면 채권단이 무조건 지원할 수가 없다. 우리는 (동부를 비금융·금융 계열로 나누지 않고) 전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중에 비교적 규모가 작은 동부생명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동부생명 상장 추진으로 비금융계열을 지원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 역시 동부 측은 금융과 비금융이 분리된 구조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 비금융계열사에서는 지난해 연말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할 때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을 전부 열거했기 때문에 더는 ‘돈 나올 구멍’을 찾을 수 없을 것으로 그룹 측은 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동부 패키지의 한쪽이었던 동부발전당진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매각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며 “채권단에서는 전격적으로 자율협약 추진 발표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자구계획을 실행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발전당진은 5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입안돼 이르면 연말부터 전력 생산이 가능한 데다 송전망 문제 등도 상당 부문 해결돼 에너지사업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매물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발전당진이 팔리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김 회장이 동부화재 지분을 매각해 사재출연을 하려던 1천억원의 재원도 현재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사재출연 용처가 동부제철 유상증자(채권단)와 동부인베스트먼트 지원(김 회장)으로 엇갈려 갈등을 빚은 김 회장 사재는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으로 가게 되면 담보로 묶여버리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어진다.

김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기울어 동부제철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에는 1만1천여명의 회사채 투자자 피해를 비롯해 엄청난 파장이 일 수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러나 “동양사태 때와는 달리 동부 제조업 계열사는 빈 껍데기만 있는 회사는 아니어서 김 회장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동부CNI의 유동성 위기도 김 회장 측을 강하게 압박하는 요인이다.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 제조업 계열사 지분을 가진 동부CNI는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담보부사채 발행 계획을 자진 철회하면서 가용한 시제와 현금성 자산만으로 다음 달 5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200억원)를 막아야 한다.

동부CNI가 이를 막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맺은 트리거(자동개입) 조항에 따라 동부CNI가 지분을 보유한 제조부문 계열사들이 분리되면서 동부그룹 비금융 부문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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