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양적완화 쇼크’…은행 예금금리 더 내려간다

’EU 양적완화 쇼크’…은행 예금금리 더 내려간다

입력 2014-09-10 00:00
수정 2014-09-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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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 끝없는 하락 행진…”연 1%대 예금도 장담 못한다”

초저금리 추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이달 유럽중앙은행(ECB)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가 금융시장에 잇따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시장금리의 끝없는 하락 행진에 은행 예·적금 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 세계 각국 ‘통화전쟁’ 돌입…시장금리 ‘곤두박질’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하자 금융시장에서는 당분간 시장금리의 추가적인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해 시장금리가 7월부터 가파르게 내려온 만큼 시장금리가 더 내려갈 여지는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실제로 기준금리 인하 전날인 지난달 13일 2.51%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일부터 반등을 시작해 22일에는 2.58%까지 올라갔다. 같은 기간 5년물 금리도 2.75%에서 2.83%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결이 예상됐던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가 지난 4일 기존 0.15%에서 0.05%로 0.1%포인트 내려간 것이 시장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ECB는 기준금리는 물론 -0.10%였던 하루짜리 예금금리를 -0.20%로 낮췄으며, 채권 매입을 통해 시장에 돈을 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마저 양적완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중국 등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의 경우 지난 4월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인상한 후 4개월 연속 소비지출이 감소하고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분기 대비 6.8% 급감하는 등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성장 둔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중국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기준금리는 3%대에 달해 다른 나라보다 인하 여지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적완화나 금리 인하를 통해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세계 각 국의 ‘통화전쟁’은 글로벌 시장에 이어 국내 시장 금리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의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떨어진 5일 우리나라의 국고채 3년물 금리도 2.50%, 5년물은 2.73%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직전보다 더 내려간 수준으로, 시장금리의 하락 추세가 이달 들어 다시 가팔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은행들 앞다퉈 예금금리 인하…”연 1%대도 장담 못 한다”

문제는 세계 각 국의 통화전쟁에 직면한 한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5일 원·엔 환율이 다시 100엔당 970원선 밑으로 내려갈 정도로 엔저가 급격하게 진행돼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한은에 대한 금리인하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제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EU나 미국의 금리 방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거기에 맞게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와 경기부양책을 통해 어떻게든 경기를 살리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한은 또한 호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간접적인 압력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10월 수정 경제전망 때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낮추고, 11월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며 “경제지표 회복이 더딘 모습이 한두 달 더 이어지면 ‘칼자루’를 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시장금리의 추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은행 예·적금 금리는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달 들어서 신한, 우리, 기업은행 등이 잇따라 예·적금 금리를 내렸으며, 다른 은행들도 시장금리의 추이를 지켜보며 예·적금 금리의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신한, 우리, 기업은행 등의 예·적금 금리 인하폭은 최대 0.3%포인트에 달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0.25%포인트)을 넘어섰다.

한 시중은행 자금 담당 임원은 “시장금리가 내려간다면 우리도 예·적금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밀려들고 있어 금리 유인책으로 예·적금을 유치할 필요성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정기예금 잔액이 무려 20조원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은행의 수신 증가세는 가파른 실정이다.

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재작년 연 3%대였던 은행 예금금리가 지난해 연 2%대, 올해는 연 1%대까지 내려갔다”며 “초저금리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 1%대 예금금리의 유지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주부 김모(40)씨는 “연 2.3% 금리를 주는 예금을 겨우 찾아 돈을 맡겼는데 금리가 더 떨어진다고 하니 앞으로는 돈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고 하소연했다.

김모(68·여)씨는 “1년새 금리가 더 떨어져 이제는 예금을 해도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것 같아 걱정”이라며 “펀드나 주식은 반 토막 난 기억이 있어 엄두를 못 내는데 마땅한 대안이 안 보인다”고 푸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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