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독과점 규제에 새 지평

티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독과점 규제에 새 지평

입력 2014-10-14 00:00
업데이트 2017-08-0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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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독점과 독과점 기업에 대한 규제 방안을 연구한 프랑스의 장 티롤 툴루즈 1대학 교수에게로 돌아갔다.

티롤 교수의 독점·독과점 규제 연구는 단순히 최고가격을 제한하거나 업계의 가격 담합을 막는 차원을 넘어 개별 상황에서 개별 산업에 맞는 경쟁 정책을 연구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 개별산업 특수성 감안한 경쟁정책 입안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 프랑스의 장 티롤 툴루즈 1대학 교수를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독점·독과점 기업 규제 분야에 권위자인 티롤 교수는 2000년도 중반부터 노벨 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오다가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노벨위원회는 게임 이론과 산업 조직론 전문가인 티롤 교수가 독점이나 독과점 시장을 이해하고 해당 산업의 거대 기업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연구 성과를 냈다는 점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 배경으로 꼽았다.

현존하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단 1개의 거대 기업이 독점하거나 몇 개의 기업이 독과점으로서 소비자와 업계에 폐해를 끼치는 사례는 많다. 이들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좀 더 생산성 있는 기업이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으면서 독점적인 이득을 취하는 이른 바 시장 실패를 만들어 낸다.

이런 측면에서 전통적인 연구자들은 독점·독과점 시장에 최고 가격을 제한하거나 담합을 엄격히 통제하는 등 정책을 구사해왔지만 티롤 교수는 여기에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티롤 교수는 우선 가격 통제나 담합 억제와 같은 전통적인 규제 방식이 때에 따라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에 집중했다.

그는 가격 제한을 하는 것이 독점적인 사업자가 비용을 줄이는 순기능을 할 수 있지만 과도한 이익을 허용하는 역기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업체들간 협력은 부적절하지만 특허를 공유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봤다. 1개 기업과 하청 기업의 합병이 경쟁을 제한하기보다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측면에서 규제나 경쟁 정책은 개별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만들어야 한다고 티롤 교수는 제안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기본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통신이나 은행 등 산업에 실제로 적용해보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이런 노력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동시에 이들이 경쟁자나 고객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 “크리스마스 아침에도 논문쓰는 일벌레”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티롤 교수가 순수 게임이론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지만 주로 이를 산업조직론이나 재무관리, 금융 쪽에 응용하는 연구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티롤 교수가 게임이론을 기업의 담합이나 최고경영자(CEO)의 보수 인센티브 설계 등에 적용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워낙 천재적인 사람이지만 일벌레로도 유명했다”면서 “크리스마스 아침에도 연구실에 가서 논문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형권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장은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이 무엇이고, 규제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밝혀냈다”고 티롤 교수의 업적을 설명했다.

그는 40세 미만의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존 베이츠 클라크메달’을 받기도 했다. 이 메달 수상자는 중간에 타계하지 않는 이상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티롤 교수가 모국인 프랑스로 돌아가고 올리버 하트 등 저명한 미시경제 이론가들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를 떠나면서 MIT 경제 부문이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티롤 교수는 미시경제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방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서 “경제학의 큰 흐름을 바꿀 만한 연구가 아니라 기술적인(테크니컬한) 연구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IT에 관심이 많고 통신 관련 연구도 많이 했지만 막상 그는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못했다”면서 “여러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기업 경쟁과 관련한 규제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 큰 성과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장 티롤 교수가 MIT에 재직 당시 그의 강의를 들어봤다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명성에 걸맞은 천재로 요점을 집어서 어렵지 않게 강의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티롤 교수는 수강생인 학생의 논문으로 수업을 진행할 만큼 겸손한데다 애국심도 강해 모국인 프랑스의 경제학을 부흥시키겠다는 일념으로 MIT에서 툴루즈1대학으로 옮겼다고 전 교수는 전했다.

전 교수는 “실증경제학은 항상 미국이 주도했는데, 그 흐름에 유럽이 부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티롤 교수가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티롤 교수는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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