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의 저축銀·대부·캐피털업계 장악

日, 한국의 저축銀·대부·캐피털업계 장악

입력 2014-11-16 00:00
업데이트 2014-11-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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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연기금 국내증시 유입도 본격화…”리스크 대비해야”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일본발(發) 자금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대부업,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 분야는 이미 일본계 자금이 급속히 세력을 넓힌 상태다.

최근에는 일본 연기금이 투자전략을 수정하면서 국내 증시 유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리 수준이 높은 서민금융 분야를 일본계 자본이 장악함에 따라 이들의 수익극대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연기금의 전략 재수정 시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자본유출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금융 일본계 자금 급속 확장…대부업·저축은행 이어 캐피탈까지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본계 자본이 인수해 현재 영업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총 5곳이다.

2010년말 일본 오릭스 그룹이 푸른2저축은행(현 OSB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분리된 SBI그룹이 업계 1위였던 현대스위스 계열 4개사를 인수해 SBI저축은행을 설립했다.

이밖에 스마일(오릭스)·친애(J트러스트)·OK(아프로서비스그룹) 저축은행도 인본계 자본이 운영하고 있다.

특히 J트러스트는 최근 국내 업계 2위 캐피탈사인 아주캐피탈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캐피탈사로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J트러스트는 지난 6월 스탠다드차타드(SC) 저축은행과 캐피탈도 인수해 당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업체까지 고려하면 서민 금융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이 일본 자본 손에 넘어간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100억원 이상 국내 대부업체 98개 가운데 일본계는 21개(21.4%) 수준. 그러나 일본계 업체의 전체 대부액은 4조9천700여억원(56.2%)으로, 내국계 74개 전체를 합친 대부금액 3조5천600여억원(40.2%)을 넘어섰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로 부실화한 국내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자 초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일본계 자본이 대거 몰려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최대 日연기금도 한국증시 비중 확대

일본계 자본의 본대(本隊) 격이라 할 수 있는 연기금도 한국 주식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연금적립금관리운용·GPIF)은 고령화에 대비한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지난달 31일 해외자산 투자 비중을 12%에서 25%로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할 때 사용하는 벤치마크도 MSCI 선진국 지수대신 신흥국을 포함한 전 세계 지수로 바꿨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고 신흥국 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GPIF의 자금 규모는 무려 127조엔(약 1천218조원)에 달해 투자 비중에 일부만 편입되더라도 대규모 자금이 오가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GPIF의 전략 수정으로 향후 1조7천억원의 GPIF 자금이 국내 증시에 신규 유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2분기에도 GPIF의 벤치마크 수정으로 지난달 말까지 이미 3조4천억원이 국내 증시에 유입된 상태여서 이를 모두 합하면 GPIF 자금의 총 유입액은 5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일본 연기금의 유입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다른 연기금이나 민간 보험사들이 GPIF를 벤치마크로 삼기 때문에 뒤따라 국내 증시 투자액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GPIF를 제외한 나머지 3대 공적연금(국가공무원공제조합, 지방공무원공제조합, 사립학교교직원공제조합)의 자산규모는 약 287조원 수준이다.

◇와타나베 부인 기지개…”엔케리 트레이드 조건 완성”

일본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를 필두로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의 침투도 본격적으로 거세질 전망이다.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형태를 말한다.

우리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되려면 일본 내에 저금리, 엔화 약세 기대감, 풍부한 유동성, 해외투자 확대 등 4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아베노믹스 시행 직후와는 달리 일본 내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해외투자도 확대되면서 이제 4개 조건이 모두 충족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엔화 자금을 들고 외국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투자자,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이 활동할 여건이 충분히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연기금과 달리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은 유입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지만, 엔화 약세 기대감이 지속하는 한 국내 증시로의 지속적인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일본 내 초저금리 조달자금을 바탕으로 한 일본 시중은행의 직접적인 국내 대출 활동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미쓰비시도쿄UF, 미즈호, 미쓰이스미모토 등 일본 3대 은행의 국내지점 대출액은 2009년 총 4조4천억원에서 2013년 8조4천억원으로 4년새 두 배로 늘었다.

◇지나친 수익성 위주 영업행태 문제…증시 갑작스러운 자금유출 위험도

일본계 자금 유입이 늘면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고용을 유지하고 공적자금 투여 부담을 줄인 점은 일본계 자금의 긍정적 측면으로 볼 수 있지만 본연의 자금중개 역할보다 고금리대출과 채권추심 등 고수익 사업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기식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친애·웰컴·웰컴서일·OK·OK2 등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 5곳은 인수 후 개인 신용 대출 규모가 219%나 급증했고, 대출의 89%가 25%이상의 고금리 대출로 나타났다. 반면 수신규모는 16% 감소했다.

국내 업체인 웰컴·웰컴서일을 제외하면 모두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저축은행들이다.

김 의원은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획일적인 금리를 탈피하고 15∼20%대의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하겠다고 운영계획을 밝혔으나 사실상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대형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해 저축은행을 서민대출 금융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무색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일본계 저축은행이 고금리 대출 영업에만 치중하더라도 합법 테두리에 있는 한 금융당국으로서는 마땅한 견제 수단이 없다”며 “공적자금 부담을 줄이고자 무턱대고 일본계 자금에 저축은행을 맡긴 금융당국의 책임이 큰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연기금의 국내증시 유입도 무턱대고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일본 연기금의 국내증시 유입은 침체된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추후 전략 수정에 따른 일시적인 자금유출 가능성은 위험 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 최성락 연구원은 “GPIF가 벤치마크로 삼는 MSCI 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축소되거나 투자배분 전략이 바뀌기라도 하면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GPIF와 이를 추종하는 기금들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정책변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자금이동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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