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니 등 화폐가치 폭락, 베네수엘라 디폴트 우려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신흥국의 금융시장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베네수엘라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나오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신흥국의 외환위기가 불거진 1998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10.5%에서 17.0%로 6.5%포인트 올렸다.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금리를 대폭 올린 것은 환율 방어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금리 인상은 최근 큰 폭의 루블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블화 환율은 전날 달러 대비 64.45루블로 9.7% 하락했다. 올해 1월 이후 루블화 가치는 50% 넘게 폭락했다.
러시아 금융당국이 최근 11일 동안 환율 방어에 59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추락하는 루블화 가치를 붙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경제 제재와 저유가에 따른 루블화 가치 폭락에 제동을 걸려고 러시아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16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루피아화는 전날 달러당 1만2천689루피아까지 떨어져 지난 1998년 8월 이후 최저를 보였다.
경상수지 적자가 3년째 이어진데다가 미국 금리가 오를 조짐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터키 리라화도 심상찮다.
리라화는 전날 1.4% 떨어진 달러당 2.33리라에 거래돼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정정 불안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흔들었다.
베네수엘라는 디폴트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 분석 기관 CMA의 전망을 인용해 베네수엘라가 12개월 내에 채무 불이행에 직면할 가능성이 97%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국채 시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채권 수익률이 치솟는 것이 디폴트 가능성의 근거다.
최근 태국의 주식시장도 침체에 빠졌고 브라질 국채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신흥국의 주식, 채권, 환율 시장이 거꾸러지는 상황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1990년대 말 이후 신흥국이 외화 보유액을 높이고 유연한 재정정책을 펴면서 신흥시장 경제의 체력이 당시보다 좋아지긴 했다.
문제는 최근 급락하는 유가가 신흥시장에 골칫거리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특히 유가 급락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원유 수출국을 재정 위기로 몰고 갔다.
신흥국에서의 대규모 자금 이탈 조짐도 보인다.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주 25억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탈 규모는 올해 1월 이후 최대다.
CRT캐피털그룹의 피터 래니건 신흥시장 전략가는 “우리는 (신흥시장의) 청산화 모드로 전환했다”며 “(수익률 면에서 상품을) 승자이든 패자이든 팔아치우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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