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구조개혁 이렇게 풀자] “정권 따라 춤추는 금융정책 성장 걸림돌, 新관치 구태 개혁… 자율성 보장해야”

[4대 구조개혁 이렇게 풀자] “정권 따라 춤추는 금융정책 성장 걸림돌, 新관치 구태 개혁… 자율성 보장해야”

입력 2014-12-17 00:00
수정 2014-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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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본 해법

신년 사업 계획 마련에 분주한 시중은행들은 요즘 ‘기술금융’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리스크가 높은 대출 특성상 섣불리 팔소매를 걷어붙이기가 쉽지 않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술금융 대출을 늘려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금융당국이 해마다 2회 시중은행의 기술혁신성 평가를 하겠다는데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가 ‘기술금융 지원 실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16일 “정부가 기술혁신성 평가로 시중은행들을 줄 세우며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자금 지원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며 “기술혁신성 평가야말로 관치 중의 관치”라고 성토했다.

금융권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렁대는 금융정책이 금융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참여정부 시절의 ‘벤처기업 지원’,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 박근혜 정부의 ‘기술금융’ 등 간판만 바꿔 단 정책들이 재탕 삼탕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정권의 치적 쌓기용으로 ‘소몰이’하듯 금융정책을 시행하고 나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금융사가 떠안는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금융권 종사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의 부행장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면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군에까지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데 3년 뒤 부메랑(부실)이 돼 돌아온다”며 “그 사이 정권이 바뀌고 관료들은 총총히 사라지고 금융사들은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허덕이는데 언제 금융산업의 장기 발전을 고민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과 규제’라는 명분 아래 금융사의 경영 현안과 인사에까지 관치금융이 깊숙이 개입해 있는 풍토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특정 후보를 지원사격 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이 심각한 잡음을 노출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 지주사 임원은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는 순간 그 조직은 망가지게 돼 있다”며 “외부 인사들은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데 단기 실적은 2~3년 뒤 어김없이 부실로 나타난다”고 과거를 돌이켰다. 외부 입김이 잦은 조직은 성장→좌절→성장→좌절을 반복하다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부 출신들이 잇따라 수장으로 왔던 KB금융은 역대 회장이 모두 징계 처분을 받았던 불명예를 지니고 있다.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수준이 후진적이니 국내 금융산업이 우간다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금융권 구조 개혁을 논의하려면 요즘 논란인 신(新)관치 구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다음 해법은 민간 금융사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4-12-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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