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줄어든 사회활동’·여 ‘중년기 우울증’이 원인
6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 술에 중독되거나 술 때문에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는 알코올성 정신장애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알코올성 정신장애(질병코드 F10)의 인구 10만명당 진료 인원은 남성의 경우 60대가 537명으로 가장 많았고 여성은 40대가 90명으로 다른 연령대에 앞섰다.
남자는 60대 다음으로는 50대(501명), 70대(457명), 40대(331명) 순이었으며 여성은 50대가 87명으로 40대에 조금 못미친 가운데 30대(77명), 20대(59명) 순으로 많았다.
19세 이하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13명과 9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에서는 가장 적었지만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주목된다. 2008년 이후 남성과 여성 각각 연평균 12.3%와 8.4% 증가했다.
60대 남성과 40대 여성에서 알코올성 정신장애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이 연령대가 정신적 위기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선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알코올 치료센터 교수는 “60대 남성 환자가 많은 것은 이 연령대가 수십년 음주를 해온데다 사회·경제적 활동이 적어 정신적으로 위기를 맞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0대 여성의 경우 중년기로 넘어가면서 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일종의 ‘자가치료’로 술을 마시면 알코올성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전체 연령대를 아우르는 알코올성 정신장애 진료 환자는 작년 7만5천925명으로 2008년 6만3천821명에 비해 연평균 3.5% 증가했다. 진료 인원은 남성(6만1천438명)이 여성(1만4천487명)보다 4.2배 많았다.
진료비 역시 같은 기간 연평균 9.8%가 늘어 2008년 1천362만8천만원에서 2013년 2천174만7천600만원이었다. 입원환자 역시 2008년 2만7천250명에서 2013년 3만2천503명으로 연평균 3.6% 증가했다.
알코올성 정신장애는 알코올 사용장애와 알코올 유도성 정신장애로 구분된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흔히 알코올 중독이라고 불린다. 신체적 위험에도 의도한 것보다 술을 많이 마셔 신체질환을 앓게 되거나 가정과 직장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경향이 있다.
알코올 유도성 정신장애는 알코올로 인해 인지기능이나 기분, 수면 등에서 정신병적 이상 증상이 생기는 경우다. 불안·초조, 환시·환청, 기억력·판단력 저하,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증상을 느끼게 된다.
알코올성 정신장애는 방치될 경우 알코올성 치매나 뇌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선구 교수는 “알코올 의존성이 있는 경우 술을 끊어야 한다”며 “알코올 의존 가능성이 없더라도 폭음을 피하고 마실 술의 양을 미리 정해 술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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