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인터넷뱅킹 NO!… 틈새 찾아야 살아남는다

‘짝퉁’ 인터넷뱅킹 NO!… 틈새 찾아야 살아남는다

입력 2015-01-20 00:22
수정 2015-01-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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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례로 본 인터넷銀 방향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미 발달한 외국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전통 은행의 영역에서 벗어나 틈새시장을 찾았다는 점이다. 이제 막 도입 검토 단계인 우리나라도 “기존의 인터넷뱅킹(온라인 송금·이체 서비스)과 차별화하지 못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흐름상 초기에는 기존 은행들이 주도하겠지만 규제 완화를 통해 정보기술(IT) 기업 등 비금융회사들이 폭넓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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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19일 “인터넷은행으로 들어오는 곳은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기존 은행들이 갖고 있는 고객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면서 “은행이 아닌 회사가 금융업과의 합작을 통해 충분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선두주자인 얼라이은행이 대표적이다. 얼라이뱅크는 자동차 회사 GM과 손잡고 오토론과 리스에 특화했다. 예금은 인터넷으로 받고,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딜러들에게 대출하는 방식으로 돈을 굴린다. 미국의 찰스슈와프뱅크와 E-트레이드는 라인 증권사가, ING다이렉트는 보험회사가 각각 설립한 인터넷은행이다. 강 연구위원은 “미국은 전통 은행과 똑같은 인가 조건으로 설립하지만, 모기업의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 모형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영업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차별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일본 역시 사업모델 특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이 강한 일본은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비금융회사들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20% 이상으로 늘려 줬다. 우리나라는 현재 4%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그 대신 모기업(산업자본 등)으로부터 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사업 모델 심사를 통해 업무 범위를 탄력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는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있다. 주주는 은행과 인터넷 포털사, 은행과 유통 등 다양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대표적으로 재팬넷뱅크는 2000년 스미모토미쓰이은행(SMBC)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이 각각 41%씩 출자해 세웠다. 재팬넷뱅크는 기존 SMBC 고객들과 중복되지 않도록 야후재팬 고객들을 상대로 지급 결제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유가증권을 특화 사업으로 내세웠다.

그렇다고 ‘무늬만 은행’에 머물러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2001년 설립된 일본의 e-뱅크는 대출이나 유가증권 없이 지급결제 업무만 하다 지속적인 적자로 2010년 라쿠텐뱅크로 넘어갔다. 은행 간판을 내걸고도 충분한 고객 기반 없이 지급 결제 수단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다른 비즈니스들을 창출해 낸다면 서너 개만 들어서도 금융산업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되 모기업이나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면 난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업에 대한 전체 인가를 내주는 것보다 부문별로 라이선스(자격)를 쪼개 사업 모델을 심사하고 허가하는 방식으로 가야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5-01-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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