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달 기준금리를 연 2.0%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섣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가장 큰 변수로는 가계부채가 꼽힌다. 경기 회복세가 신통치 않지만,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저금리와 정부의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던 정부도 단기적 경기 부양보다는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낳는 저물가의 장기화, 투자 부진 등 최근 경기 흐름을 보면 금리를 더 내려 경기를 살려놓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 가계부채 놓고 논쟁 이어질듯
현재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위험 요인은 크게 ‘경기 둔화 우려’와 ‘가계부채 증가’로 요약된다. 두 가지 요인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느냐에 따라 앞으로 기준금리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온 지난달 금통위 본회의에서도 금통위원들은 경기와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를 반전시키려면 적극적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이미 낮아진 금리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만큼 추가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이에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가 전망치(연 3.4%)대로 성장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의 부작용이 경기 하방 위험보다 더 우려된다는 판단을 올해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밝혔다. 한은이 이번 달에도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 정부 당국자들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다.
은행과 비은행권(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작년 1∼7월만 해도 월평균 3조4천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8월 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급증하기 시작, 8∼11월에는 월평균 6조8천억원 늘었다. 증가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진 것이다.
정부가 연 1%대 저금리의 수익공유형 주택대출을 도입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가계부채 총량이 더 급속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시장 예상대로 올해 6월께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돌릴 수밖에 없는 외부 압력이 생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자본 유출을 막는 차원에서 미국보다 1∼2% 포인트 정도 높게 금리를 유지해왔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따라 올라가면 가계의 상환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총량을 확대하는 주요인이 될 수 있고 정부의 금리 인하 주문도 약해져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1분기 경제지표가 추가 인하의 관건
지금은 가계부채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올해 1분기 경제지표가 신통치 않으면 한은은 2분기 중 ‘경기 부양’으로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최근 경기동향’(그린북)을 통해 “내수 회복의 긍정적인 조짐이 확대되고 있으나 주요 지표들이 월별로 큰 변동성을 보이는 등 아직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국 경제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 관련 심리지수의 개선이 정체되고 건설 수주도 감소하는 등 실물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나 한은 목표치에서 벗어나면 4∼5월에는 (금리 인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그다지 실효성이 있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는 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보니 시장에선 추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국에서 통화완화 정책이 나오자 한국도 여기에 동참해야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주장도 거세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부진하고 물가도 낮아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상당히 크다”며 “글로벌 환율전쟁까지 벌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도 어쩔 수 없이 2분기 중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는 내리되 가계부채 총량은 억제하는 ‘투 트랙’을 써야 한다는 절충안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급속히 잃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총량 증가를 억제하면서 기준금리는 내려 경기 회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리로 환율에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시장은 환율의 움직임 또한 기준금리 방향의 변수라고 보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응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원화 절상 압력이 더 심해져야 한다”며 “그러나 수출 경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이나 원·엔 환율 흐름은 아직까지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섣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가장 큰 변수로는 가계부채가 꼽힌다. 경기 회복세가 신통치 않지만,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저금리와 정부의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던 정부도 단기적 경기 부양보다는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낳는 저물가의 장기화, 투자 부진 등 최근 경기 흐름을 보면 금리를 더 내려 경기를 살려놓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 가계부채 놓고 논쟁 이어질듯
현재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위험 요인은 크게 ‘경기 둔화 우려’와 ‘가계부채 증가’로 요약된다. 두 가지 요인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느냐에 따라 앞으로 기준금리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온 지난달 금통위 본회의에서도 금통위원들은 경기와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를 반전시키려면 적극적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이미 낮아진 금리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만큼 추가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이에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가 전망치(연 3.4%)대로 성장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의 부작용이 경기 하방 위험보다 더 우려된다는 판단을 올해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밝혔다. 한은이 이번 달에도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 정부 당국자들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다.
은행과 비은행권(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작년 1∼7월만 해도 월평균 3조4천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8월 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급증하기 시작, 8∼11월에는 월평균 6조8천억원 늘었다. 증가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진 것이다.
정부가 연 1%대 저금리의 수익공유형 주택대출을 도입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가계부채 총량이 더 급속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시장 예상대로 올해 6월께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돌릴 수밖에 없는 외부 압력이 생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자본 유출을 막는 차원에서 미국보다 1∼2% 포인트 정도 높게 금리를 유지해왔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따라 올라가면 가계의 상환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총량을 확대하는 주요인이 될 수 있고 정부의 금리 인하 주문도 약해져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1분기 경제지표가 추가 인하의 관건
지금은 가계부채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올해 1분기 경제지표가 신통치 않으면 한은은 2분기 중 ‘경기 부양’으로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최근 경기동향’(그린북)을 통해 “내수 회복의 긍정적인 조짐이 확대되고 있으나 주요 지표들이 월별로 큰 변동성을 보이는 등 아직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국 경제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 관련 심리지수의 개선이 정체되고 건설 수주도 감소하는 등 실물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나 한은 목표치에서 벗어나면 4∼5월에는 (금리 인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그다지 실효성이 있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는 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보니 시장에선 추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국에서 통화완화 정책이 나오자 한국도 여기에 동참해야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주장도 거세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부진하고 물가도 낮아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상당히 크다”며 “글로벌 환율전쟁까지 벌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도 어쩔 수 없이 2분기 중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는 내리되 가계부채 총량은 억제하는 ‘투 트랙’을 써야 한다는 절충안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급속히 잃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총량 증가를 억제하면서 기준금리는 내려 경기 회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리로 환율에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시장은 환율의 움직임 또한 기준금리 방향의 변수라고 보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응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원화 절상 압력이 더 심해져야 한다”며 “그러나 수출 경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이나 원·엔 환율 흐름은 아직까지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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