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전체회의서 찬반 격론…입안예고 미루고 재논의키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성 게시글에 대해 피해 당사자의 신고 없이도 심의를 벌여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에 나섰지만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며 진통을 겪고 있다.방심위 사무처는 9일 전체회의에 제3자의 신고만으로도 인터넷상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는 게시글을 심의할 수 있는 내용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안을 보고했다.
개정안은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개시한다’는 통신 심의규정 10조 2항을 바꾸는 것으로, 당사자와 그 대리인 부분을 삭제해 제3자의 신고만으로도 명예훼손성 게시글을 심의해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게시판관리·운영자에게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는 15조 1항에 ‘반의사불벌(反意思不罰)’ 문구를 넣어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의 글에 대한 시정요구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방심위는 심의 규정 개정에 나서게 된 이유로 관련 규정이 상위법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부합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 게시글을 반의사불벌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반면 하위 법규인 심의규정은 이를 피해자 신고가 요구되는 ‘친고(親告)’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상위법에 맞게 심의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관련 지적이 나와 심의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4시간 가까이 심의 규정 개정안을 놓고 위원들 간에 격론이 이어졌고,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다음 회의 때 개정안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방심위 사무처는 이날 회의 보고 뒤 개정안 문구를 조율해 입안 예고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방심위의 심의규정 개정을 놓고는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심위가 제3자의 신고를 받아들여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무작위 심의에 나설 경우 정부 정책, 고위 공직자, 정치인을 향한 비판·풍자글까지 심의 대상에 올라 삭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방심위의 심의규정 개정과 관련해 논평을 내 “대통령이나 국가에 대한 비판을 위축시키고자하는 것이 금번 심의규정 개정의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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