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 피해 수십만명” vs “성형의사회의 근거없는 갑질”
그랜드성형외과의 ‘대리수술’(유령수술) 피해자가 수십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주장이 나왔다. 해당 병원은 이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성형외과의사회가 일개 병원을 굴복시키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성형외과의사회는 2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부고발자의 증언과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대리수술의 피해자가 최대 7년 동안 2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리수술이란 환자가 수술에 동의한 집도의 대신에 다른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대리수술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의사회 측은 “의료법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친 의료행위에 대한 법안이므로 대리수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대리수술에 참여한 사람들은 ‘사기, 특수폭행, 상해, 살인미수’ 범죄로 처벌하고 첫번째 판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내부고발자의 증언과 자료까지 소개했다. 이 고발자는 약 2년 동안 그랜드성형외과에서 근무했다고 의사회는 강조했다.
내부고발자 A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대리 의사가 몇 명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모 원장은 수술은 거의 하지 않고 온종일 진료만 보는 경우가 분명히 있었다”며 “얼굴윤곽 수술은 5시간 이상 걸리는데 어떻게 진료만 하면서 수술까지 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또 그랜드성형외과가 대형 파쇄기를 구입해 진료기록부 수년 치를 조직적으로 파쇄했으며, 실제 수술자 이름 등 내부 열람용 전자 정보가 담긴 하드디스크 역시 완전히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그랜드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모든 환자가 피해자일 수 있다며 의사회 홈페이지에서 피해를 신고하면 뜻이 있는 변호사와 연결해 구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반면 그랜드성형외과 측은 이런 의혹이 “전혀 근거가 없는 의사협회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의사회 측에서 직접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병원을 찾아온 적도 연락을 받은 적도 없는데 무슨 조사를 했겠는가”라며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자료도 자신들이 제작한 (출처가 분명한) 자료”라고 반박했다.
그랜드성형외과는 “성형외과의사회가 그랜드성형외과를 굴복시키려고 갑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며 “‘그랜드성형외과가 꼬리를 내릴 때까지 굴복시킬 것’이라고 말하는 녹취도 가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랜드성형외과는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세세하게 밝히기는 어려워 갑갑하지만,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으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그랜드성형외과는 ‘대리수술’ 의혹을 두고 2년 가까이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13년 12월 그랜드성형외과에서 의료사고로 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의사회 측에서 ‘대리수술’ 의혹을 제기했고, 사법기관의 수사가 시작됐다. 그랜드성형외과는 올 3월 의사회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에는 그랜드성형외과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