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영업익이 전체의 4분의 3 차지…작년 영업이익률 24.2%
삼성전자가 지난해 창립 이후 최고 실적을 거둔 데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이 예상보다 장기화한 게 결정적으로 기여했다.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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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243조5천100억원과 영업이익 58조8천900억원은 우리 기업사에서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하자마자 신기록 행진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반도체 편중’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 영업익 60조원 육박에도 ‘씁쓸한 뒷말’…하루 1천600억원 수익
삼성전자는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 또다시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다. 2017년 매출 239조5천800억원과 영업이익 53조6천억원으로, 이전 최고치였던 2013년 기록을 깬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마저도 넘어섰다. 순이익도 또다시 신기록을 수립할 게 유력시된다.
‘수훈갑’은 단연 반도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활황 속에서 기술 초격차를 무기로 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이 상승효과를 내면서 ‘미증유’의 실적을 일궈냈다.
이날 발표된 잠정실적에서 사업부문별 성적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지난해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만 40조원을 훌쩍 넘기면서 전체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영업이익률은 24.2%에 달해 전년(22.4%)에 세웠던 신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100원어치를 팔아 24원 이상을 남긴 셈으로, 통상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제조업에서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특히 주력인 D램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무려 6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최고의 ‘알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하루 1천613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시간당 67억2천만원, 분당 1억1천200만원으로, 시계 초침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187만원의 이익이 생긴 셈이다.
◇ 상승세 꺾인 4분기…반도체 ‘다운턴’에 스마트폰도 ‘부진’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할 때만 해도 ‘연간 매출 250조원·영업이익 65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면서 실제 수치는 낮아졌다.
이는 신기록 행진을 주도했던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도 흑자 폭을 확대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Q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운 소비자가전(CE) 부문이 비교적 선전했지만 반도체 등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스마트폰 등 IT·모바일(IM) 부문은 모두 영업이익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연말 상여금으로 8천억∼1조원의 비용 발생이 생긴 것도 영업이익 감소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물론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는 2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수치다. 그러나 2017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인데다 특히 전분기 17조5천7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깬 직후여서 충격은 더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상반기까지는 약세가 이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하반기 회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를 떠받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면서 “그만큼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하강곡선은 삼성전자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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