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카톡으로 고지서 받고 자율주행 로봇으로 치킨 배달

문자·카톡으로 고지서 받고 자율주행 로봇으로 치킨 배달

강경민 기자
입력 2019-01-17 13:37
수정 2019-01-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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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각종 규제 적용을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17일 본격 시행됨에 따라 기업의 신기술과 서비스 출시가 한층 빨라지고 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면 심의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신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심의를 통해 임시허가와 실증특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 첫날인 이날 정보통신기술(ICT)융합 분야에서는 9건, 산업융합분야에서는 10건의 신청이 각각 접수됐다. 모두 현행 법·제도에서는 출시가 불가능한 사업이다. 대부분 변화 속도가 빠르고 시장 선점이 중요한 분야로 법·제도 개정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사업이다.

이들 신청에 대한 심의는 이르면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제품·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로 구분된다.

◇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 등 ICT융합분야 9건 신청

ICT융합 분야에서는 KT와 카카오페이가 ‘공공기관 등의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를 위한 임시허가를 각각 신청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공단과 경찰청 등 공공기관은 종이우편을 활용해 고지 업무를 해왔다.

그렇지만 모바일 전자고지가 활용되면 국민들은 행정기관의 과태료나 하이패스 미납 등 내용을 카카오톡 알림이나 문자메시지로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행정비용도 크게 절감되고 국민 도달률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모바일 전자고지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공인전자문서중계자인 KT나 카카오페이 등에 보낸 후 이용자 동의를 얻어 이미 확보한 정보와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보통신망법 등에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공공기관이 전자고지를 하기 위해서는 보유한 주민번호를 연계정보로 일괄 변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법 규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중소기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서비스’(모인), ‘VR 트럭’(VRisVR), ‘온라인 폐차 견적 비교 서비스’(조인스오토)‘,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중개 온라인 서비스‘(올리브헬스케어), ’센서탐지신호 발신기반 해상조난신호기‘(블락스톤) 등의 임시허가·실증특례도 신청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외 송금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체인 모인은 외국환거래법상 시중은행보다 낮게 적용되는 송금한도를 상향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는 소액송금업자를 통해 송금을 하려면 연간 3만달러로 제한을 받지만 시중은행에서는 5만달러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인은 ▲ 시중은행 대비 최대 80% 저렴한 수수료 ▲ 빠른 송금시간 ▲ 온라인을 통한 편리한 송금 ▲ 도착알림서비스 ▲ 철저한 보안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VR 트럭‘(VRisVR) 관련 신청은 현재 가상현실(VR) 기기의 허가를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영업장 주소·면적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동형 VR트럭을 위한 허가에 한계가 있다는 게 요지다. 또 게임산업법과 자동차관리법에 VR트럭 제작을 위한 구조변경 기준이 없는 만큼 이를 해소해 달라는 요청이다.

이 역시 규제가 풀린다면 지자체 축제 개최지나 대학 캠퍼스 등에서 VR 체험 관련 이용자 저변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산업융합분야도 자율주행 배달로봇 실증특례 등 10건 신청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 배달로봇에 대한 실증특례를 추진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규제 샌드박스의 신속처리 절차를 통해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등 관련 규정을 확인했으며, 대학이나 연구소 등 한정된 지역에서 배달로봇을 시험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서울 시내 5개 지역에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를 요청했다.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면 ’국토의 계획·이용에 관한 법률‘,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공유재산·물품관리법‘ 등 바꿔야 할 법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 전에는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해관계자가 많거나 논란이 되는 사안은 법 통과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고, 아무 문제가 없어도 국회가 공전하면서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

한국전력은 고객으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전력 사용 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은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약이 있다.

한전은 데이터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비식별 정보‘를 활용한 ’전력데이터 공유센터‘에 대한 실증특례를 요청했다.

버스나 오토바이에 LED(발광다이오드) 패널 등을 달아 광고를 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버스 광고‘는 ’옥외광고물법‘ 등에 걸려 실증특례를 추진하고 있다.

◇ “규제혁신 신속히”…내달 특례·임시허가 여부 결정

신청 접수된 사례들은 30일 이내 관계부처와 사전검토위원회에서 검토된 후 각각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위원장 과기정통부 장관)와 ’규제특례 심의위원회‘(위원장 산업부 장관)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임시허가·실증특례 여부가 결정된다.

심의위원회는 신기술·서비스 혁신성·국민 편익, 국민생명과 건강, 개인정보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는 이달중 심의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빠르면 2월 중 심의위원회를 각각 열어 준비된 안건부터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심의위원회는 분기별 1회 이상 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시행 첫 6개월 동안에는 성과 창출·제도 안착을 위해 수시로 개최된다.

그렇지만 정부가 기업들의 건의가 집중된 규제개혁 문제를 놓고 과감한 개혁을 약속한 만큼 현실적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들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5일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를 언급하면서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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