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회적 물의 일으킨 기업에 적극적 주주권행사”

국민연금 “사회적 물의 일으킨 기업에 적극적 주주권행사”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20 10:52
수정 2019-01-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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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갑질·환경오염 등 대상…‘수탁자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에 첫 공식화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중에서 ‘오너 갑질’ 등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거나 지배구조 등에 문제가 있는 기업은 기업가치 추락에 따른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연금이 이렇게 예상 못 한 우려를 야기한 투자기업들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에 참여할 방침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땅콩회항’, ‘물컵 갑질’ 등 각종 일탈 행위로 국민 지탄을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사건을 계기로 국민연금이 사회적 물의 야기 기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주가치와 기금의 장기수익성을 제고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수탁자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 16일 열린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7월말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해 투자기업에 대한 제한적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놓은 국민연금이 구체적으로 수탁자 책임활동을 어떻게 전개할지 절차와 기준을 명시한 세부 지침이다.

국민연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서 수탁자책임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먼저 지분율 5% 이상 또는 보유 비중 1% 이상 투자기업 중에서 배당뿐 아니라 기업의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일가 사익 편취행위, 횡령, 배임, 과도한 임원 보수 한도, 이사·감사 선임 안건 중 2회 이상 반대의결권 행사에도 개선하지 않는 등 중점관리사안별로 대상기업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을 상대로 비공개 대화 후에도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공개서한 발송, 비공개-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임원의 선임·해임·직무 정지, 합병·분할,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 경영참여(주주제안)에 해당하는 주주권행사 등 단계별로 압박수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이런 기업 내부 경영 관련 사안뿐 아니라 사주 갑질,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이른바 ‘컨트러버셜 이슈’(Controversial Issues;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나 쟁점을 총칭)로 사회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우려를 낳은 기업에 대해서도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환경(E)과 사회책임(S), 지배구조(G) 등 사회책임투자(ESG)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른바 ‘착하지 않은’ 기업과 관련해 환경오염, 고용악화, 사주 독단경영 등 지배구조 부실, 검찰·경찰의 수사 등 각종 컨트러버셜 이슈가 발생하면 피해규모와 재발 가능성을 평가해서 비공개 대화-비공개-중점관리기업 선정-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경영참여 주주권행사 등 단계별 수탁자 책임활동을 벌일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경영사안이 아닌 사회문제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투자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스웨덴 국민연금(AP),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PG) 등 해외의 주요 연기금도 이런 방식으로 투자배제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는 등 활발한 주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관리, 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이자 모범규범이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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