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된 5만원권 ‘고향’ 경산 조폐공사
개인 휴대전화 카메라 가려야 출입 가능1개 라인서 하루 평균 9만~10만장 인쇄
불량 지폐는 파이프 통해 곧바로 창고로
지난 18일 경북 경산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펄프로 만들어진 5만원권 백지 용지에 배경이 인쇄되고 있다. 신사임당 얼굴을 비롯해 5만원권임을 나타내는 숫자는 없는 상태.
한국조폐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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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의 앞면에 신사임당 초상과 화폐점자 등이 찍히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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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서는 5만원권과 10원짜리 동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용지 제작부터 절단, 포장이 되기까지 총 40~50일이 걸린다. 배경 이미지와 액면가 인쇄, 홀로그램 부착, 뒷면 그림과 앞면의 신사임당 그림 인쇄, 인쇄 오류 검사, 일련번호 인쇄 등 단계별로 5일가량의 건조 과정을 거친다.
조폐공사 직원이 지폐에 일련번호를 새기기 전 기계 검사를 거친 뒤 색상 번짐 등 불량이 있는지 대형 스크린으로 재차 확인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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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에 적힌 숫자를 보면 생산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일련번호가 ‘0’으로 시작되면 전지 1장에 28장의 5만원권이 모두 잘 인쇄된 ‘완지’이고, ‘6’이나 ‘7’로 시작하면 중간에 번짐 등 불량품이 있던 ‘잡완지’다. 검사를 통과한 5만원권은 1만장씩 5억원어치로 투명 비닐에 포장돼 한국은행으로 전달된다. 10㎏에 이르는 무게로 두 손으로 들기도 쉽지 않다. 기계에서 조각난 3~4%의 불량 지폐는 직원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바로 창고로 넘어간다.
이렇게 태어난 5만원권 가운데 43.9%는 소비 지출에, 경조사에 24.6%가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절반가량만 한국은행으로 돌아온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98조 3000억원어치가 유통 중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의 36.9%(19억 7000장)을 차지한다. 환수율이 점차 올라가고 있지만 ‘마늘밭 돈다발’ 사건처럼 지하 경제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이유다.
5만원권의 장점도 적지 않다. 평균 2주 동안 한 차례 쓰이고 사라지는 10만원권 수표나 만원권을 대체했다는 평가다. 10만원 수표는 2008년 9억 3000만장에서 지난해 8000만장으로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한은은 지폐 제조 비용에서 연간 600억원이 절약됐다고 본다.
경산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9-06-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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