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대우증권 합병 전 “구조조정 벤치마킹 않겠다” 공언
2016년 합병 직후 매년 대규모 인력 감축…올해 초 희망퇴직 실시
국내 지점 수도 합병 직후 169곳에서 올해 1분기 78곳으로 감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서울신문 DB.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015년 12월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구조조정을 예상한 대우증권 노조의 반대를 염두에 둔 듯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2016년 12월 대우증권과 합병 등기를 마치고 자기자본 6조원대의 국내 최대 증권사(미래에셋대우)로 거듭난 뒤 2021년 3월 미래에셋증권으로 이름을 바꾸며 대우는 완전히 지웠다. 2조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4조원이 넘는 자본을 확보해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박 회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약속을 지켰을까.
21일 미래에셋증권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초 희망퇴직을 실시해 올해 1분기 임직원 수가 전 분기 대비 109명 감소했다. 10대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인원 감축이다.
미래에셋증권 임직원 수는 합병 이후 꾸준히 줄고 있다. 2015년 말 2995명에서 합병과 함께 2016년 말 4818명으로 늘었다가 이듬해인 2017년 말 4659명으로 감소한 뒤 2018년 말 4564명, 2019년 말 4231명, 2020년 말 4036명, 2021년 말 3920명, 2022년 말 3706명으로 매해 줄었다. 올해 1월 말 기준 임직원 수(3597명)는 2016년 말 대비 1221명 감소했다.
증권사의 인력 이동은 흔한 일이지만 미래에셋증권의 인력 감축 규모는 두드러진다. 2016년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10대 증권사 임직원 수 변화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고 대신증권이 168명 줄었을 뿐 메리츠·삼성·신한투자·NH투자·KB·키움·하나·한국투자증권은 적게는 87명에서 많게는 476명까지 임직원 수를 늘렸다.
특히 NH투자증권이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한 이후 3년에 걸쳐 감원한 뒤 매해 꾸준히 증원, 2023년 1분기에는 합병 직후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한 것과도 대조된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중첩된 인력을 재배치하다 보니 인원이 줄어든 것”이라며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자발적인 사직 선택권을 부여했기에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합병 후 2년 정도는 중복비용 제거 등의 문제로 감원이 가능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해 감원이 이뤄지는 것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7년 전 박 회장 발언과 달리 이 회사 국내 지점 수는 합병 직후인 2016년 말 169곳에서 2023년 1분기 78곳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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