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 주차장 붕괴…설계·감리·시공 ‘총체적 부실’ 원인

인천 검단 주차장 붕괴…설계·감리·시공 ‘총체적 부실’ 원인

옥성구 기자
옥성구 기자
입력 2023-07-05 14:43
업데이트 2023-07-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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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서 철근 32개 중 15개 미적용 표기
이마저 부족하게 시공…8개 중 4개 누락
콘크리트 미흡에 초과 하중 더해져 붕괴
“철근 제대로 됐었다면 붕괴 안 됐을 것”
GS건설 등 처분은 8월 중순경 발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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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된 인천 서구 검단 지하주차장의 모습. 2023.5.2 뉴스1
붕괴된 인천 서구 검단 지하주차장의 모습. 2023.5.2 뉴스1
지난 4월 인천 검단의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주된 원인은 설계부터 감리, 시공 과정에서 철근(전단보강근)을 빠뜨린 총체적 부실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철근 누락으로 내력이 약해졌는데 콘크리트 강도마저 미흡하고 여기에 초과 하중까지 더해지며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이런 내용이 담긴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 조사 결과와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29일 오후 11시 25분경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1~2층 슬래브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시각이 늦은 밤이었던 관계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 발주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며, 시공사는 GS건설이다.

철근 빠뜨린 설계, 확인 못한 감리, 재차 누락한 시공
조사 결과 지하주차장 공사는 첫 단계인 설계부터 문제가 있었다. 해당 공사는 보가 없고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는데, 보가 없기 때문에 하중을 견디기 위해 전단저항력을 작용시키는 철근인 전단보강근이 중요하다.

그런데 인근 도면을 분석해보니 사고 부분에 구조 설계상 기둥 32개에 철근이 필요한데 기둥 15개는 철근이 필요하지 않다고 표기됐다. 구조계산서상 철근 설치 여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게 사조위 측 설명이다.

감리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시공 단계에서도 설계 과정에서의 철근 누락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철근이 추가로 빠졌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기둥 8개 중에 4개가 설계와 다르게 철근을 누락했다. 설계에서 철근을 빠뜨린 것에 더해 이마저도 제대로 시공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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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사고 구간 중 전단보강근 미적용 위치.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사고 구간 중 전단보강근 미적용 위치.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여기에 사고 부위의 콘크리트 강도는 기준보다 미흡했다. 사고 구간의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 설계 기준 강도 24MPa보다 30%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최초 레미콘 품질 검토 단계에선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파악돼 사조위는 현장 타설 과정에서 품질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또 지하주차장 위로 식재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토사가 적재되며 하중이 더해진 것 역시 붕괴사고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설계엔 토사를 1.1m 높이로 쌓게 돼 있었는데, 시공 과정에선 토사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최대 2.1m까지 적재됐다.

GS건설 등 처분 8월 중순경 발표 예정
호서대 교수인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은 “전단보강근이 빠져 저항력이 절반 이하로 약화한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작용하고 거기에 콘크리트 강도도 미달해 붕괴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됐었다면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설계 단계에서 철근을 누락한 것이 고의적이라고 보진 않았다. 홍 위원장은 “전단보강근이란 게 시공은 어렵지만 물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 “저희가 볼 때 의도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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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특별점검 및 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7.5. 연합뉴스
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특별점검 및 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7.5. 연합뉴스
사조위는 재발방지를 위해 특수구조건축물에 무량판 구조를 추가하는 등 심의 절차를 강화하고, 설계도 오류를 막기 위해 구조기술사의 확인절차 도입, 시공사 및 감리 업무 개선 등을 권고했다.

국토부는 GS건설의 83개 현장에 관해 확인 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LH는 대한건축학회에 의뢰해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이를 종합해 시공사 GS건설을 포함해 설계자 등에 대한 처분은 다음 중순경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 결과에 따라 지하주차장 외 아파트 전면 재시공 여부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시공·감리 어느 한 군데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이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아파트 지상부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니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GS건설은 “보강근이 결여된 이례적인 설계에 대해 크로스체크 등을 통해 완벽히 걸러내지 못한 채 단순히 재검토를 의뢰하는 안일한 대처에 붕괴를 막지 못한 건 GS건설답지 못한 부끄러운 실수”라면서 “앞으로 설계관리를 더욱 강화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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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내부.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내부.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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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내 지하 1층 상부 슬래브 붕괴.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내 지하 1층 상부 슬래브 붕괴.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세종 옥성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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