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올려놓고 4% 내려”···‘내려도 내린 게 아닌’ 라면 가격

“10% 올려놓고 4% 내려”···‘내려도 내린 게 아닌’ 라면 가격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3-07-05 20:57
업데이트 2023-07-05 20:5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라면 물가 상승률 6월 13.4%
2009년 이후 매월 갱신···역대 최고치
농심·삼양 등 인하폭은 인상률의 절반 수준
소비자단체 “‘생색내기용’ 가격 인하 아니냐”

이미지 확대
라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10.7%p 높아
라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10.7%p 높아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3.95로 전년동월 대비 13.4%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사진은 5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2023.7.5
연합뉴스
서민 먹거리인 라면 가격 상승률이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정부가 라면을 콕 짚어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섰지만 올릴 땐 많이, 낮출 땐 조금 인하해 ‘내려도 내린 게 아닌 셈’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라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13.4%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4개월만에 최고치다.

올해 2월 12.6% 상승한 라면의 물가상승률은 3월 12.3%로 소폭 주춤하는가 싶더니 지난 5월 13.1%로 다시 훌쩍 뛰었다. 전체 물가 상승률이 꾸준히 하락하다 6월 2.7%를 달성하는 등 완연한 둔화세에 접어든 것과는 정반대의 가격 상승률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달 1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밀 가격이 내렸으니 라면 업계도 적정하게 가격을 내려줬으면 한다”며 라면 업계를 공개 압박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물가 안정을 체감해야 하반기에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는 정부로선 서민 먹거리의 대표격인 라면 가격의 역대급 상승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라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라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이에 농심은 신라면 출고가를 4.5%, 삼양식품은 삼양라면과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하는 등 제조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그러나 실제로 다음달 집계되는 7월 물가상승률에 라면 가격 인하가 제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당초 라면 가격 인상에 비해 인하율은 미미하고, 각 제조사의 주력 제품들은 이번 가격 인하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물가 감시 활동을 하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협의회)는 지난 28일 “지난해 9월 농심은 신라면을 10.9%, 너구리를 9.9% 등 26개 품목을 인상한 데 반해 이번 인하는 신라면만 4.5% 인하했다”며 “지난 인상분의 절반 수준에 너구리, 짜파게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라면업계는 국제 밀 가격이 내려도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인건비 등의 인상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지만 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협의회는 “정부와 사회적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하는 ‘생색내기식’ 가격 인하가 아니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가격 인하를 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 곽소영 기자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