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철근누락’ LH 아파트 계약해지 신청 잇따라… LH 발주 심사 손뗄듯

불안한 ‘철근누락’ LH 아파트 계약해지 신청 잇따라… LH 발주 심사 손뗄듯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8-06 18:14
업데이트 2023-11-0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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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아파트 계약해지 신청 12건
당정 보상약속에도 기준 불분명 혼란
국토부, ‘유명무실’ 감리제 손보기로
별도 감리감독 기구 신설…감독 강화
업계 반발 “옥상옥…저가 입찰 개선해야”
또 ‘전관특혜’에 LH, 발주 심사 외부 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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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누락 아파트 사는 주민들 ‘불안’
철근누락 아파트 사는 주민들 ‘불안’ 1일 오전 충남 아산시 한 LH 임대주택 입주민이 지하 주차장을 둘러보며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이 곳을 포함해 지하 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2023.8.1 연합뉴스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15개 아파트 단지에서 나흘 동안 12건의 계약해지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해당 단지 입주민과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보상 방침을 밝혔지만, 보상 기준과 요건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한편으로 별도의 감리감독 기구를 신설하는 등 감리제도를 손보고, LH 발주 평가·심사를 외부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LH는 6일 철근 누락이 있었다는 사실이 발표된 지난달 30일 이후 이달 2일까지 15개 단지에서 12건의 계약 해지 신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해지 신청이 접수된 곳은 모두 임대주택으로 입주 예정자 신청 8건, 거주 중인 입주자 신청이 4건이었다. 분양주택 입주 예정자의 신청 건은 없었다. LH 측은 “해지 사유가 철근 누락 때문인지는 좀 더 파악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미 입주가 끝난 단지라면 ‘입주자가 만족할 수 있는 손해배상’을 하고, 입주 예정자에게는 재당첨 제한(10년) 없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장에서는 분양주택의 재산권 보호 위주 대책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철근 누락 15개 단지 중 임대단지는 10곳, 분양단지는 5곳으로 임대가 훨씬 많다. 가구수로 따지면 15개 단지 1만 1264가구 가운데 임대가 9016가구로 80%를 차지한다. 임대 단지의 경우 입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 보다 세밀한 정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LH와 임대를 포함해 입주민·입주예정자에 대한 보상 방안을 세우고 있으며 분양과 임대를 차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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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누락 아파트 기둥 위 보강 구조물 점검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철근누락 아파트 기둥 위 보강 구조물 점검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LH 아파트 무량판 철근 누락 보강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3.8.6 뉴스1
국토부는 부실 시공 재발을 막기 위해 감리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별도의 감독기구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설계도서대로 시공됐는지 확인하고 품질·공사·안전관리 등을 지도·감독하는 감리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두겠다는 것이다. 철근 누락 LH 아파트 15개 단지 중 10개 단지는 구조 계산을 누락하거나 도면 표현을 빠뜨리는 등 설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공공 공사는 발주청의 감리감독 권한을 확대하고 민간 공사는 감리가 제대로 됐는지 점검할 제3의 기관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감리 때 건축구조기술사와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추진한다.

업계는 저가 입찰과 전관예우 등 근본 원인은 놔둔 채 별도 기구를 만들어 감리를 감독하겠다는 건 실효성 없는 ‘옥상옥’이 될 것이라며 감리 권한과 보수를 충분히 주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감리 단가가 낮다보니 감리자 연봉이 낮고 인력풀이 충분치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LH는 철근 누락의 원인으로 전관특혜 문제가 불거지자 공사 발주 관련 평가와 심사를 아예 외부 기관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H는 2021년에도 내부 인사를 심사에서 모두 배제하는 전관특혜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부정행위가 빈번했다. 지난해 6월 감사원 감사에서는 LH와 LH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업체가 체결한 계약 총 332건 중 58건에서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서 전화를 받는 등 부당한 압력과 사전 접촉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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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철근누락’ 단지 15곳 공개
국토부 ‘철근누락’ 단지 15곳 공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7.31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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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 LH 책임자 처벌’
‘부실공사 LH 책임자 처벌’ 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경찰청 앞에서 ‘부실공사 LH 책임자 처벌, 국토교통부 규탄’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정부의 철근누락 아파트 발표와 관련해 ‘공공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2023.08.03. 뉴시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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