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원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한 호주 다윈 LNG터미널을 가다

에너지 자원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한 호주 다윈 LNG터미널을 가다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3-08-20 14:19
업데이트 2023-08-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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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사 가스전 CO2를 500㎞ 떨어진 고갈 가스전에 영구 저장
SK E&S, 다윈서 380㎞ 거리의 ‘바로사 프로젝트’ 1.5조원 투자
바로사 가스, 다윈LNG터미널 이송→CO2 포집→바유운단 저장
LNG 정제·CCS 사업 동시…에너지 자원 개발의 새로운 역사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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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북준주의 ‘다윈 LNG 터미널’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한 재생탑이 서있다. 재생탑은 이산화탄소 흡수제 아민을 재활용하는 장치다. SK E&S 제공
호주 북준주의 ‘다윈 LNG 터미널’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한 재생탑이 서있다. 재생탑은 이산화탄소 흡수제 아민을 재활용하는 장치다. SK E&S 제공
터미널, 거대한 구조물에 그물처럼 얽힌 파이프라인 200㎞
지난 16일 기자 일행이 호주 북준주 주도 다윈 시내에서 버스로 40분가량 달리자 마주한 거대한 탱크와 철제 구조물. 다윈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이다. 바다와 접한 70헥타르(21만여평)의 시설에는 철제 구조물 속에 다양한 두께의 파이프라인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었다. 공장 내부의 배관 길이는 200㎞에 이른다. 공장에 들어서자 ‘윙윙’ ‘웅웅’ 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투어 전, 스마트폰을 반입을 금지한 회사 관계자들이 안전모와 고글을 물론 한쪽 귀에 소음 차단 귀마개를 착용하라고 강조한 이유를 알 듯했다. 공장 인근은 언제든지 확장할 수 있도록 평평하게 정지돼 있었다.

“年60만톤의 CO2 포집…저장소 없어 연소해 대기 방출”
다윈 LNG 터미널은 북서부 바다로 500㎞ 떨어진 동티모르의 바유운단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이송해와 천연가스에 포함된 6%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액화하는 공장이자 LNG 운반선에 싣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터미널 운영사인 호주 에너지기업 산토스의 리처드 힝클리 청정에너지 및 개발총괄 담당 이사는 “저기는 보이는 거대한 은색 탱크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재생탑이다. 흡수제 아민을 이용해 연간 6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며 “과거 20년동안 분리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필요가 없었고, 저장할 곳이 없어 연소해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고 설명했다.

바유운단 파이프라인, CO2 이송용 연결 작업도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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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가 호주 에너지기업 산토스와 함께 추진하는 바로사 프로젝트 개념도. 호주 다윈 북쪽 380km 해상 바로사에서 채굴한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다윈LNG터미널에 이송하고, 여기에서 정제하는 동안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500km 떨어진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에 영구 저장하는 구조다. SK E&S 제공
SK E&S가 호주 에너지기업 산토스와 함께 추진하는 바로사 프로젝트 개념도. 호주 다윈 북쪽 380km 해상 바로사에서 채굴한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다윈LNG터미널에 이송하고, 여기에서 정제하는 동안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500km 떨어진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에 영구 저장하는 구조다. SK E&S 제공
LNG 터미널의 다른 한쪽에서는 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분리·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모아 바유운단 가스전에 저장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바유운단 가스전은 이르면 연말쯤 고갈된다. 하워드 스미스 북준주 CCS 담당 부장은 “가스전이 고갈되면 일자리가 사라져야 되지만 재활용하면서 다윈뿐 아니라 동티모르에도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바유운단 가스전, 年 CO2 1000만톤씩 25년간 넣을 수 있어”
동시에 SK E&S가 1조 5000억원(지분 37.5%) 투자한 바로사 가스전은 2025년쯤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윈 북쪽 380㎞ 바다에서 추출한 바로사 가스를 배관으로 다윈 LNG터미널로 옮겨와 정제하는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에 저장하는 이른바 ‘바로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은 이산화탄소를 연 1000만톤씩 25년동안 넣을 수 있다. 힝클리 이사는 “바유운단의 가스 파이프라인이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배관으로 재활용된다”며 “기술적 장벽은 다 극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바유운단 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 전환하기 위한 기본설계도 끝난 상태다.

SK E&S, CCS 사업 위해 LNG터미널·바로사 가스전에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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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km를 달려온 바유운단 가스전 파이프라인이 지상으로 올라와 다윈 LNG터미널과 연결된 모습. 이 파이프라인은 조만간 바로사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의 이산화탄소를 바유운반으로 이송하는 배관으로 재활용된다. SK E&S 제공
500km를 달려온 바유운단 가스전 파이프라인이 지상으로 올라와 다윈 LNG터미널과 연결된 모습. 이 파이프라인은 조만간 바로사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의 이산화탄소를 바유운반으로 이송하는 배관으로 재활용된다. SK E&S 제공
SK E&S는 이런 CCS 사업을 위해 2020년 산토스로부터 다윈 LNG터미널 지분 25%를 인수했다. 바로사 가스전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 2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전량 포집, 바유운단 고갈가스전에 저장하는 것이다. 가스전 개발과 동시에 인근에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고를 확보해 탄소 포집·저장(CCS)을 하는 것으로,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에너지 업계에서 혁신적 사례로 꼽히는 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으로는 SK E&S가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북준주 부수상 “천연가스는 에너지전환 중간단계로 지지”
이 프로젝트에 대한 호주 정부 차원의 기대감도 느낄 수 있었다. 니콜 매니슨 북준주 부수상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의 ‘중간 단계’로 천연가스와 CCS가 중요하다”며 “한국이 깊이 연관된 바로사 프로젝트는 향후 수십년간 많은 경제적 가치와 고용을 창출할 것이기에 북준주는 계속 지원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보웬 호주 연방정부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서면 인터뷰에서 “CCS가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호주 정부는 CCS 기술에 대한 규제의 확실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유운단, CO2 수입 여력도 충분…고갈됐지만 일자리도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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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북준주 청사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니콜 매니슨 북준주 부수상. 그는 지난 16일 “한국이 깊이 연관된 바로사 프로젝트는 북준주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수십년간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기에 북준주는 계속 지원하고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SK E&S 제공
호주 북준주 청사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니콜 매니슨 북준주 부수상. 그는 지난 16일 “한국이 깊이 연관된 바로사 프로젝트는 북준주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수십년간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기에 북준주는 계속 지원하고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SK E&S 제공
바로사 가스전에서 국내로 도입 예정인 LNG는 연 평균 130만톤으로, 이는 국내 소비량의 3%에 해당한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는 충남 보령LNG터미널 인근에 들어설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될 예정이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역시 포집후 수송선을 통해 바유운단 가스전에 저장된다. 스미스 부장은 “바유운단 가스전은 1000만톤은 저장할 수 있지만 바로사 가스전에서는 연 200만톤이 나올 예정이어서 이산화탄소를 수입할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탄소 국경 이동 위해 런던의정서 비준 및 IMO 기탁도 필요
일종의 해양 폐기물인 이산화탄소를 다른 나라로 보내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간 조약 체결과 런던의정서 비준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스미스 부장은 “이산화탄소의 국경 통과를 위한 런던의정서 수정안이 지난 3일 연방 하원을 통과됐고, 상원도 다음달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작년 4월 런던의정서 개정안을 비준하고, 결의서를 국제해사기구(IMO)에 기탁해 했다. 런던 의정서 당사국이 아닌 동티모르의 경우 양자 또는 다자간 협정과 IMO 통지 과정이 필요하다.

다윈(호주) 이기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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