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술 유출’ 의혹에 하이닉스 ‘당혹’

‘삼성 기술 유출’ 의혹에 하이닉스 ‘당혹’

입력 2010-02-03 00:00
수정 2010-02-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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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보도 유출” 수사 청원…적극적 대응

하이닉스반도체가 채권단의 매각 작업이 연거푸 무산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불법으로 입수했다는 의혹에 휘말리게 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사활을 건 ‘치킨게임’을 벌이던 2008년에 1조9천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하이닉스는 지난해 흑자전환(1천920억원)하면서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의 메모리 업체로 부활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올해는 반도체 업체로서 자력 경영기반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의 경영 실적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최근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작업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하이닉스의 자신감은 한풀 꺾였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3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기술을 불법적으로 넘겨받은 혐의로 하이닉스의 전무급 제조본부장인 한모씨를 구속기소하자 하이닉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업체 AMK 부사장 등은 삼성전자 직원과 짜고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제작공정 등을 담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95건을 빼돌려 이 중 13건을 하이닉스에 넘겼다.

 여기에는 최근 각국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반도체 미세 제작공정,생산라인 투자 계획과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 등 핵심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본 직접적 피해는 수천억원으로 추정되지만,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가 줄면서 발생한 간접적 피해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가 실체적 진실에 얼마나 부합할지는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재판을 통해 가려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구속된 한씨가 기술유출을 사주한 것으로 드러나면 하이닉스는 경쟁사의 기술을 빼내려 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회사 차원의 개입과 기술 도용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이닉스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 직원들의 비공식 학습조직의 정보수집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검찰이 유출됐다고 지적한 구리 공정도 그전에 이미 자체 개발을 마쳤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제로 반도체 설계·기술직 직원들은 연구와 학습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모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경우도 그런 학습 모임에서 발생한 일로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제의 기술이 하이닉스의 공정 개발과 양산 과정에서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기술유출의 매개가 된 장비업체가 수집한 정보 중에 자사의 정보도 포함돼 있다며 이 부분도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청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다투는 경쟁업체라는 점에서 이번 기술유출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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