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삼성, 상대기술도 돈되면 내것으로

LGD·삼성, 상대기술도 돈되면 내것으로

입력 2011-03-03 00:00
업데이트 2011-03-0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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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패널 ‘흑묘백묘’

세계 1~2위를 다투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모바일 패널 시장에서 상대방의 기술 방식을 함께 가져가는 ‘흑묘백묘’(黑猫白猫)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중국 덩샤오핑의 말처럼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내가 가진 기술이 우위에 있다.’는 자존심을 버리고 경쟁업체의 주력기술도 과감히 채택해 위험을 분산하고 신규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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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다음 달부터 4.5세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이하 아몰레드) 패널을 양산해 LG전자를 포함한 3~4개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휴대전화 메이커인 노키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에 짓고 있는 생산라인에서 3.5인치 기준으로 매달 50만장가량의 아몰레드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다.

모바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LG디스플레이는 지금껏 삼성이 상용화에 성공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몰레드’에 맞서 광시야각(IPS) 방식 제품으로 승부를 겨뤄 왔다. 지난해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패드’에 탑재된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두고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라고 호평하자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에 출하량과 매출 모두 삼성전자(LCD사업부)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의 주력제품인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몰레드 시장에서 삼성의 독점 체제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휴대전화 업체를 새 고객으로 확보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뒀다.

여기에 애플에서 아이패드2(상반기 출시 예상), 아이패드3(하반기), 아이폰5(내년 1분기) 등 잇따라 새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황금알’이라 할 수 있는 애플의 고정 수요에 노키아까지 확보하게 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층 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는 게 업체의 판단이다.

이에 질세라 삼성 또한 경쟁업체의 패널 방식을 벤치마킹하며 디스플레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삼성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IPS 방식 기술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 ‘슈퍼 PLS’ 패널을 생산해 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아이패드2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애플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은 구동방식에 따라 VA(삼성전자 채택) 방식과 IPS(LG디스플레이 채택) 방식으로 나뉜다. 그동안 삼성은 “미래 디스플레이는 아몰레드 등 차세대 기술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IPS 방식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이를 상용화하지 않았다. 때문에 VA 계열의 맹주인 삼성이 IPS 방식을 수용한 것은 자신들의 기본 전략 자체를 수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애플은 정밀한 표현이 가능하고 시야각이 넓어 터치스크린 방식 제품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스마트 기기에 IPS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왔다. 삼성으로서는 기술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세계 최대 IT 기업으로 급부상하는 애플의 거대한 패널 수요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1-03-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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