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2025년 증시 전망
몸집 커진 데다 기업 경쟁력 악화트럼프 2기 출범 등 불확실성 여전
일각 “외국인 자본 유입 임박” 관측
지난해 코스피 2400선마저 무너지며 한 해를 마무리한 국내 증시가 올해 상반기까지도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이어 갈 전망이다. 그동안 굵직한 경제 위기로 인해 증시가 폭락하더라도 바로 이듬해 반등에 성공했던 우리 증시의 끈질긴 회복력이 이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코스피 2300선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저점 매수에 나서는 외국인 자본 유입이 곧 본격화할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과 국제 금융 위기가 엄습했던 2008년 코스피는 각각 42.21%와 40.73% 하락했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인 1998년과 2009년 국내 증시는 저점 매수세와 기저 효과에 힘입어 하락폭을 훌쩍 뛰어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1998년엔 49.47%, 2009년엔 49.65% 상승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이전 같은 회복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우리 증시의 몸집이 커진 데다 성장 원동력인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2008년 이후 코스피 연간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는 2024년을 제외하고 총 4차례 있었는데 이듬해 상승률이 전년 하락폭을 모두 메운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키울 동력이 사라졌다”며 “지금만큼 버티고 있는 것도 신기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그리고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몇몇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가 2250선으로 주저앉을 가능성까지 열어 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 부과가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상반기까진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 증시의 저평가에 더해 원화 가치까지 폭락하면서 외국인들의 저점 매수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 1조 6280억원을 순매수하며 3개월 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5개월째 코스피에서 이어지고 있는 ‘셀(Sell) 코리아’ 규모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주요국 증시에 비해 먼저 조정을 받았고 투자 심리도 더 악화되기가 어려운 지경”이라며 “어려운 시점을 지나면 저평가된 가치의 매력,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응, 글로벌 금리 인하 등과 함께 회복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5-01-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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