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편지/정한용
두 점 사이에 우린 있습니다.
내가 엎드린 섬 하나와
당신이 지은 섬 하나
구불구불 먼 길 돌아 아득히 이어집니다.
세상 밖 저쪽에서 당신은
안개 내음 봄 빛깔로 써보냅니다.
잘 지냈어…… 보고픈…… 나만의……
그건 시작이 아니라 끝, 끝이며 또한 처음
맑은 흔적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혹시 압니까
온 세상 왕창 뒤집혀 마른 잎 다시 솟고
사람들 이마에 꽃잎 날릴 때
그 너울 사이사이
흰 빛 내릴 때
그쪽 섬에 내 편지 한 구절 깊숙이 스미고
이쪽 섬에 당신 편지 한 구절 높이 새겨져
혹시 압니까
눈물겨운 가락이 될지 섭리가 될지
아프게 그리운
한 흙이 될지.
2010-02-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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