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우리말의 바른 길/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기고] 한글·우리말의 바른 길/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입력 2010-10-06 00:00
업데이트 2010-10-0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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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오는 9일은 한글 창제 564돌이 되는 날이다. 우리는 한글과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있는가? 어느 누구도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말글 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언어 환경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우리 말글을 오염시키고 있다. 일상 생활언어에서부터 간판, 신문, 잡지, 방송, 광고문, 인터넷 누리편지, 심지어는 공문서까지도 우리말과 글을 잘못 쓰는 사례가 허다하다.

한글과 우리말의 쓰임새를 바로 잡고 우리 말글이 나아가야 할 바른 길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선 한글 맞춤법을 포함한 어문규정을 지켜 쓰지 않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사모하는 사람을 뜻하는 ‘임’은 두음법칙에 따라 ‘임’이라고 써야 맞는데, 방송에서 대중가요를 들어보면 자막이나 노래가 모두 ‘님’으로 나온다. 일상의 말글생활에서도 ‘십날’ ‘이십날’과 같은 비문법적인 말이 널리 쓰이는가 하면, ‘삼가다’를 ‘삼가하다’로, ‘육개장’을 ‘육계장’으로 맞춤법에 어긋나게 쓰는 말글도 흔히 볼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은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를 자꾸 받아들여 이를 번역 없이 그대로 씀으로써 국어사전에 외래어를 늘려 나가는 역기능을 한다. 예를 들면 로스쿨, 리콜, 악플, 마일리지, 매니페스토 등 수없이 많다. 스태그플레이션, 프리터족, 키코와 같은 경제 용어는 따로 공부를 해야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면 우리 한글과 우리말의 밝은 미래를 위해 이들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인가?

첫째, 방송이나 신문·잡지 등 언론 매체는 물론 모든 국민이 반드시 어문규범을 지켜야 할 것이다. 모든 글자는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야 한다. 언론사나 공공 기관에서 어문규범을 어긴 사람은 간단한 징계를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말 오염의 주범인 신생 외래어를 다듬어 쓰는 일이 시급하다. 언론의 특성상 이들이 들어오면 일단 번역해서 쓰고,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 언론사끼리 조정하여 통일해서 쓸 수 있다. 이들 언어를 ‘남포(lamp)’처럼 귀화어로 정착시키는 방안도 생각해 볼 일이다.

둘째, 국어능력을 향상시키고 우리 말글을 바르게 가꾸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어능력 인증시험을 국립국어원 주관으로 통일하고, 이 시험의 결과를 공무원 채용 시험, 언론사·기업체의 입사 시험, 특히 교사 임용의 전제 조건으로 반영할 것을 제의한다.

셋째, 통신언어에 관한 것들이다. 인터넷의 누리편지에서 쓰는 글자들은 한글 파괴 현상이 심하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 통신언어는 우리말 속에 한 갈래의 다른 언어문화를 형성했다. 이들 통신언어는 사이버 공간에서만 쓰고, 현실 생활언어와 구별해 쓰도록 가르치는 일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한글과 우리말 사랑의 정신을 키워야 하겠다는 것이다. 말과 글은 그 민족의 얼이 담겨 있고 문화의 으뜸자리에 있으며 국력과 결부된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는 세계 1등 글자인 한글을 세계화하고 우리말의 격을 높이는 일에 힘써야 할 때다.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고 한 선각자 주시경 선생의 말씀을 명심하자.
2010-10-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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