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봄날/박일환
천왕동 재개발 지구
비탈진 언덕에
무너진 담장이며 지붕이
어지러운데
주인 잃은 앞마당에
복숭아나무 홀로
화사하여라
떠난 이들 안부도
묻지 못한 채
연분홍 꽃잎마다
하늘거리는 봄 햇살
눈이 부셔
차마 눈이 부셔
한참을 바라보다
얼마 전까지는 저기도
식구들, 옹기종기
밥상 앞에 경배드리던
우주의 한 중심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아라
2011-04-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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