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라 사회부 기자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성토를 보면, 어른들의 눈에 청소년은 두 가지 부류만 있는 듯하다. 조직폭력배보다도 악독한 ‘일진’과 한없이 나약한 ‘피해자’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나쁜 일진들을 뿌리뽑겠다며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록하고, 심하면 의무교육과도 상관없이 퇴학도 불사하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폭력을 크게 키우는 건 청소년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어른들이다.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대다수의 부모들은 “내 새끼”를 외치며 학교로, 혹은 가해학생의 집으로 달려간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의사는 쉽사리 배제되고, 학교폭력이 부모들의 갈등으로 번지는 순간 청소년들은 또 다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피해학생의 뜻도 묻지 않고 섣불리 대처하거나 가해학생을 무작정 다그쳐 학교폭력보다도 더 큰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집에서는 착한 아이로 생활하며 학교에서는 일진으로 행세하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입을 꾹 다무는 청소년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어른들이 자녀의, 청소년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모른다는 방증이다. 그저 ‘독버섯’ 같은 일진들을 제거하고 억누를 생각을 하는 동안 어른들은 그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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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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