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협력이익배분제 합의에 대해/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시론] 협력이익배분제 합의에 대해/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2-02-10 00:00
업데이트 2012-02-1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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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3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렵게 협력이익배분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오랜 갈등을 빚은 이익공유제 논란이 일단락됐다. 협력이익배분제는 대·중소기업 간 협력 사업을 통해 얻는 결실을 서로 공유하는 방안이다. 물론 업계 자율인 만큼 강제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아쉬운 표정이다. 협상 직후 흔히 나타나는 양보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모른다. 대기업은 ‘반시장적’ 내용에 대해, 중소기업은 그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합의한 내용 그 자체보다는 합의 이후의 발걸음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다. 그래야 모두가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사실 이번 합의는 모두에게 적지 않은 소득을 가져다 주었다. 중소기업들은 비록 포괄적이지만 절대 교섭력을 가진 대기업들에 이익과 성과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지시켰다. 이는 불공정 거래관행 시정의 요구보다 한 차원 높은 것이다.

대기업은 여론에 떠밀린 감도 없진 않지만 국민의 반기업정서를 다독이는 한편,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 환경이 요구하는 공생발전 모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불구경하듯 어정쩡했던 정부도 민간의 자율 합의라는 커다란 보따리를 챙겼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렇다고 협력이익배분제가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을 갖고 있다. 우리가 평가해야 하는 것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민간주체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합의를 끌어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우리는 동반성장을 향해 이제 막 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동반성장의 길은 크게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신뢰의 기초 단계로서 불공정 거래와 기술 탈취 등 기회주의적 행동을 없애는 일이다. 이 단계에서는 일벌백계로 시장의 기본 질서를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징벌적 배상제와 같은 강력한 정부 통제가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 중소기업들이 분노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주로 이 단계에서의 일들이 대부분이다.

두 번째가 신뢰의 확장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다져진 시장거래 질서를 토대로 대·중소기업이 알아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들이 만들어 내는 창조적 혁신과 산업경쟁력은 바로 이러한 자율적 협력관계로부터 출발한다. 협력이익이든 초과이익이든 이 단계에서 자율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법으로 정하고 국가가 강제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서 있는가? 대기업의 막강한 교섭력에 시달려온 중소기업은 대부분 동반성장의 기초 단계를 못 벗어났다고 평가할 것이다. 납품단가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 중소기업들에는 최대의 현안이다. 반면에 대기업들은 정도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스스로 강조하면서 성과공유제를 통한 자율적 협력관계를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위치가 어디에 있든 창조적 혁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쟁우위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의 기초를 다지면서 동시에 신뢰의 확장을 추구하는 압축 전략이 필수적이다.

압축식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두 종류의 카드가 모두 필요하다. 하나는 정부의 적절한 통제이고, 또 다른 카드는 시장 자율에 의한 혁신이다. 이 두 카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보완적으로 같이 활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카드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수많은 토론과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동반성장위원회와 같은 민간기구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우리 사회는 강제이든 합의이든 협력이익배분제란 이름으로 동반성장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앞으로 대·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정부와 재계는 물론 국민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2-02-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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