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형 사회부 기자
교육계를 뜨겁게 달궈온 ‘학생인권조례’ 논란이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27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학칙은 ‘학교 자율’에 맡겨졌다.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조례 가처분신청이나 무효소송도 별 의미가 없어졌다. 조례가 계속 시행되든, 무효처분을 받든 결국 두발·집회의 자유, 휴대전화 휴대, 임신 및 출산에 따른 차별금지 등 모든 문제는 학칙을 정하기 나름이다. 법안은 2008년 말 제출됐고 통과는 시간의 문제였다. ‘학교자치권 확대’라는 대의명분에 정부와 교육현장이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학교가 알아서 하게 될 일에 시교육청과 교과부는 죽고 사는 문제처럼 통과와 저지를 외쳐대며 법과 제소를 동원해야 했을까.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한발 물러서서 살펴보는 것’을 ‘적에게 모든 것을 내주는 것’으로 여기면서 일어난 편가르기에 불과했을 뿐이다. 아직 무슨 일이 더 남았는지는 모른다. 시교육청은 학칙 제정은 시행령을 따르지만, 내용은 조례가 우선한다는 새로운 논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곧 수많은 학교 현장에서 학칙 개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싸움을 조장한 이들은 있는데, 결론을 내려주는 사람은 없다. 과연 학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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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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