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선물/주병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선물/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2-03-24 00:00
업데이트 2012-03-2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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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미에서 선물은 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말해준다.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거나, 고맙거나, 좋아하거나 할 때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 중의 하나가 선물이다. 비싸고 귀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선물은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뜻과 마음이 전해지느냐가 중요하다.

선물 가운데 으뜸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2001년 멜로 영화 ‘선물’은 선물이 가져다주는 감동을 그렸다. 삼류 개그맨 남편이 죽음을 앞두고 투병 중인 아내에게 자신의 개그로 그녀만을 위한 공연을 기획한 것인데 말 그대로 ‘감동의 눈물바다’를 연출했다. 그런데 선물이란 게 나쁜 마음을 먹거나 도가 지나치면 탈이 나게 돼 있다. 선물=뇌물이 그런 것이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물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낸 사례들이 적지 않다. 옛 당나라 육지(陸贄)라는 어진 재상이 있었는데 청렴결백해 선물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덕종이 이를 알고 “만일 전혀 받지 않으면 변방이나 해안의 진(鎭) 같은 데서 정의(情意)를 접하지 못할 것이니 채찍이나 신 같은 것은 받는 것이 가하리라.”라고 했다. 육지는 “만일 작은 물건을 받으면 큰 물건을 반드시 보냅니다.”라고 말했다.

노()나라 때 증자(曾子)라는 사람은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임금이 이 소문을 듣고 증자에게 한 고을을 떼어주었다. 그러나 증자는 이를 받지 않았다. 주위에서 “그대가 원하는 것도 아니고 노나라 임금이 자기 마음에서 주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사양하느냐.”며 받기를 권유했다. 증자는 “듣자니 남의 것을 받는 자는 항상 남을 두려워하게 마련이고, 남에게 물건을 주는 자는 항상 남에게 교만하기 마련이라고 한다. 임금이 나에게 땅을 주기만 하고 교만을 부리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로서야 어찌 두려운 마음이 없겠느냐.”고 대답했다. 공자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이 엊그제 미 행정학술원에서 공로패를 받으면서 행한 연설에서 “정부는 비판적 기사를 선물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연이어 신임을 받으며 4년 7개월 동안의 국방장관직을 성공리에 끝마친 그의 내공이 느껴진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良藥苦口 忠言逆耳)는 말이 떠오른다. 개인이든 정부든 충고와 쓴소리는 잘 새겨들어야 한다. 좋은 선물(?)을 아무리 많이 줘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2-03-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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