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란 산업부 기자
먼저 자동차다. 국산 자동차라 했지만, 표적은 국내시장(수입차 제외)의 약 80%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다. 지난달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을 다녀와서 ‘소득 줄면 차 반납하세요. 따뜻한 마케팅, 미 소비자 사로잡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실직자 등을 대상으로 현대차가 차 할부금리를 대신 내주거나 차를 반납할 수 있도록 한 판매 전략으로 미국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켰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은 이랬다. ‘남의 집에서 하지 말고 우리나라에서 좀 해봐라’, ‘미국에만 따뜻한 현기차’, ‘우리는 버려진 민족’ 등 국내 소비자는 홀대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맥주는 어떤가. 역시 지난달 서울신문 기자들을 상대로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이름을 가리고 시음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 대한 기사를 썼다.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맛을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국산 맥주가 맛없다는 건 편견이라는 내용이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 걸린 이 기사에는 3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국산은 탄산가스를 주입하는 쓰레기 맥주’, ‘수입 맥주 많이 뜨니 날뛰는 국내 맥주회사들, 언플(언론플레이) 말고 맛으로 승부하자’ 등이었다.
현기차나 국산 맥주나 우리 소비자들의 미움을 단단히 산 게 틀림없다. 왜 이렇게 욕을 먹을까. 두 제품 모두 국산이 내수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쉽게 장사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쟁자가 없으니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대했다는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최근 수입차나 수입 맥주가 국내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이런 의견이 더 두드러졌다.
미국 수출용 차에 쓰이는 강판이 내수용보다 두껍다거나 같은 차종이어도 미국 차가 훨씬 싸다는 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현기차가 “예전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미국에서 제값 받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해명해도 통하지 않는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세법상 맥아 함량 비율이 10%만 넘으면 맥주로 인정받기 때문에 이 비율이 66.7%인 일본, 100%인 독일보다 맥주 맛이 싱겁다는 게 여론이다. OB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지만 이를 믿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따가운 질책을 업체들이 꽤 달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억울한 면이 없지 않으나 오해를 만든 책임도 자신들에게 있다는 반응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자신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악플의 긍정적인 측면이 아닐까 싶다. 아, 또 악플이 달리려나.
dallan@seoul.co.kr
2013-11-04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