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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데카르트와 도로명주소/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데카르트와 도로명주소/윤창수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14-01-25 00:00
업데이트 2014-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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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정책뉴스부 차장
윤창수 정책뉴스부 차장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란 명제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네덜란드에서 오래 살았다. 국내 한 문학 교수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라펜불그가 21’이란 도로명주소만 갖고 데카르트가 374년 전 살았던 집을 손쉽게 찾았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길을 따라 이름을 붙인 도로명주소를 쓰기 때문에 집을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 도로명주소는 1996년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북한도 도로명주소를 쓰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는 일본만 지번주소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주소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판단에서다.

요즘 인터넷으로 외국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서 국내에서 받아보는 ‘직구’(직접 구매)가 인기다. 해외 쇼핑 사이트는 우편번호와 도시 및 거리 이름으로 된 도로명주소를 요구한다. 직구를 할 때 지번주소를 어떻게 적어야 할지 헷갈렸다면 도로명주소로 우리의 주소 체계가 국제적 기준에 따라 바뀐 것이 반가운 일이다. 물론 도로명주소로 인한 혼란도 있다. 특히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라면 동 이름과 아파트 동·호수만 알지 지번주소의 번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새 주소를 사용하려니 불편하다.

우리는 그동안 국제 기준에 따라 많은 것을 바꿨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척, 근, 평 등의 도량형이다. 120년 전 갑오개혁을 통해 태양력 사용, 도량형 개정이 이뤄졌다. 갑오년인 2014년 시작된 도로명주소는 4000만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 혼란보다 실익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국제 표준에 따른 주소 체계 변화는 장기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좀 더 빨리 현장을 찾아 대응할 수 있고 물류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도로명주소 사업을 주관하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새마을운동을 전파하기 위해 미얀마를 찾았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아직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미얀마 고유 숫자를 자동차 번호판에 사용하는 것을 보고 “국제 표준에 따라 아라비아 숫자를 쓰면 미얀마 경제성장률이 1%는 올라갈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고 한다. 유 장관은 “(도로명주소가 불편하다고 하는) 국민 탓은 하지 않겠다”며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geo@seoul.co.kr
2014-01-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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