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조경제시대의 기축통화/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장

[기고] 창조경제시대의 기축통화/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장

입력 2014-07-22 00:00
업데이트 2014-07-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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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장
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장
1964년 개봉된 영화 007시리즈 대표작 ‘골드핑거’는 미국연방준비은행(FRB)의 금괴 저장소인 켄터키주 포트녹스가 배경이다. 금만을 사랑하는 악당 골드핑거는 지하에 보관된 1만여t의 금괴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골드핑거는 왜 금괴를 훔치지 않고 오염시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을까.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모인 연합국 대표들은 당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미국의 35달러와 금 1온스를 교환비율로 정하고 각국의 통화가치를 달러에 고정시키는 새로운 ‘금본위제’를 체결한다. ‘브레턴우즈 체제’로 미국의 달러만이 금과 교환이 가능한 ‘기축통화’가 됐고 세계경제는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다. 악당은 포트녹스의 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면 달러의 가치가 상실돼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본 것이다.

1971년 미국이 달러와 금의 교환 중지를 선언하면서 달러의 패권시대를 열어준 브레턴우즈 체제는 막을 내렸다. 세계는 산업경제를 거쳐 창조와 혁신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는 창조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지금, 제2의 골드핑거는 무엇을 대상으로 음모를 꾸밀 수 있을까.

존 홉킨스는 “창조경제를 위한 유통화폐는 지식재산이고, 지식재산이 없는 창조경제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금이라는 물질의 가치로 만들어진 ‘기축통화’로 세계경제의 패권을 잡았다면 창조경제시대에는 창의성이라는 무형의 가치로 만들어진 ‘지식재산’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선진 5개 특허청장 회담의 주된 관심사는 지식재산 경쟁력이었고, 심사 품질과 심사인력 증원에 관한 논의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진기업들은 국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이디어의 신속한 권리화와 불필요한 특허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심사 품질을 주문한다. 특허심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심사관 증원과 우수인력 채용이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좋지 않다. 선진 특허청 수준으로 심사처리기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선진국과 비교해 1인당 처리 건수가 최대 5배가 많지만 심사관 증원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심사부담이 늘면 심사 품질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가까운 미래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장 빠르고 높은 품질의 심사를 통해 권리로 창출시킬 수 있는 나라가 창조경제의 ‘기축’이 되는 지식재산분야 ‘브레턴우즈 체제’가 만들어질 것이다.
2014-07-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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