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동맹은 철통”이라는 美, 상응하는 행동 보여야

[사설]“한미동맹은 철통”이라는 美, 상응하는 행동 보여야

입력 2019-08-09 17:16
수정 2019-08-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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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9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저는 오늘 한미동맹이 철통같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한미동맹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전쟁 속에서 형성된 유대 관계를 갖고 있다”“우리는 평화로운 한반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도 했다.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에서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그 중요성을 강조한 미 국방장관의 의례적 발언에 새삼 주목하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들려보낸 각종 청구서들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의 방한 전날 트위터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이 내년에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방위비 분담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3~24일 방한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트럼프의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스퍼 장관이 이번 방한에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또한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 신형 중거리미사일 한반도 배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에스퍼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차례로 만나고 오후에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했다. 표면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민감한 현안에 대한 에스퍼 장관의 공개 발언은 없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에스퍼 장관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 뒤 발표된 공동언론보도문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양국의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원론적 내용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도 방위비 분담금 수치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줄곧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행보를 고려하면 청구서를 거둬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는 미국이 한미동맹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면 동맹국에 과도하고, 일방적인 요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계속 지적해 왔다. 말로는 굳건한 한미동맹,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이제라도 미국이 진정한 한미동맹에 상응하는 합리적이고, 호혜적인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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