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5% 부족한 중국/박홍환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5% 부족한 중국/박홍환 베이징특파원

입력 2010-05-01 00:00
수정 201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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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상하이(上海)엑스포가 막을 올렸다. 베이징올림픽 개최 2년 만에 또다시 초대형 국제 이벤트를 주관하는 중국은 지금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다. 한 달 만에 막을 내리는 올림픽과는 달리 장장 6개월 동안 지속된다. 지금부터 10월31일까지 상하이 황푸(黃浦)강 연안의 엑스포 단지에는 최대 1억명의 중국인들이 찾아와 ‘조국’의 발전상을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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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 사회부 차장
박홍환 사회부 차장


엑스포는 중국인들이 안방에서 세계와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피부색의 아이들 5명이 손을 들고 팔짝 뛰면서 웃고 있는 포스터에는 ‘불출국문(不出國門) 간편세계(看遍世界)’라는 글귀가 씌어 있다. 중국 문밖으로 나가지 않고 세계를 본다는 얘기다. 세계가 중국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는 듯도 하다.

아픈 과거지만 170여년 전에도 세계는 상하이로 모여들었다.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영국의 요구에 따라 상하이를 개항할 수밖에 없었고, 황푸강 서쪽 와이탄(外灘)을 세계 열강에 조계지로 내줘야 했다. 당시 황푸강에는 외국 군함이 호기롭게 오가고, 와이탄공원 입구에는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라는 치욕적인 푯말이 내걸렸다.

중국 입장에서 수치스러운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하이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불러들여 ‘경제 올림픽’이라 불리는 엑스포를 여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자국민들에게 ‘조국의 부활’을 알리고 싶어 하는 중국 공산당의 생각도 이해는 간다. 이보다 극적인 ‘대반전 드라마’가 도대체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뭔가 좀 찜찜하다. 보고 싶지 않았던 메스꺼운 장면을 보고 영화관을 나섰을 때와 비슷하게 머릿속에 잔영이 남아 없어지지 않는다. 엑스포 단지를 다녀온 뒤부터다. 직접 본 중국관은 사실 대단했다. 규모부터 다른 국가관을 압도했다. 황관을 닮은 외형은 69m 높이에서 20m에 불과한 다른 국가관을 내려다보고 있는 구조다. 황제가 옥좌에 앉아 대전에 무릎을 꿇은 제후들을 호령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름까지 ‘동방의 관(冠)’이라 했던가.

지금 중국의 굴기(우뚝 섬)를 바라보는 세계는 그렇잖아도 걱정이 태산이다. ‘중국위협론’이 팽배하다. 경제대국을 넘어 군사대국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이 과연 어떤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중국 지도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를 얘기한다. 중국은 절대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여러 번 했다. 대국이 되더라도 세계와 조화롭게 지내겠다는 ‘평화굴기’ ‘조화세계’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4세대 지도부가 내세우는 공식적인 외교 및 국정철학이다.

독보적으로 솟아오른 중국관에 대해 ‘개최국 프리미엄’이라고 항변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엑스포 관람객의 95% 이상이 자국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처럼 자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에 이의를 달 형편도 아니다.

그래도 뭔가 아쉽다. 중국 생활이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채워지지 않는 5%가 항상 아쉬웠다.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불쾌함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이제 어지간히 적응됐지만 아직도 관공서 등에 갈 일이 생기면 걱정부터 앞선다.

올림픽에 이어 엑스포를 개최한 중국은 이제 월드컵만 유치하면 세계 3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게 된다. 개혁·개방 30년 만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중국 지도부의 국가경영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그렇지만 우뚝하게 부상한 중국을 지켜보면서 부족한 5%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중국이 진정으로 세계인들을 배려할 때 전 세계는 중국의 부활에 진심 어린 박수를 쳐줄 것이다. 상하이엑스포는 그 시험대다. 올림픽 이후 달라진 중국이 엑스포를 계기로 어떻게 변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stinger@seoul.co.kr
2010-05-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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