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 배가 산으로 간다… 더 받겠다는 건 전형적 포퓰리즘”[최광숙의 Inside]

“연금 개혁, 배가 산으로 간다… 더 받겠다는 건 전형적 포퓰리즘”[최광숙의 Inside]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4-06-05 00:21
업데이트 2024-06-0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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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21대 국회, 연금 개혁 무산
소득대체율 인상, 개혁 아닌 개악
재정 도움 안 되고 미래 세대 부담
‘내는 돈’만 올렸다면 개혁 첫 단추

연금 개혁 왜 실패했나
논의 과정 ‘정치적 공방’ 끼어들어
정부 주도로 속전속결 처리 못 해
노인 빈곤 문제, 복지로 접근해야


연금 개혁 방향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안을
소득대체율은 40% 아래로 낮춰야
최소 30년 바라보는 개혁안 필요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이 무산됐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여야는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소득대체율 45%를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폐회 직전 국민의힘의 조건부 절충안(44%)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권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함께 바꾸는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낸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을 만나 연금 개혁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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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성 세대가 고통 분담을 하지 않고 오히려 연금을 더 받겠다는 것은 연금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면서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이 무산된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홍윤기 기자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성 세대가 고통 분담을 하지 않고 오히려 연금을 더 받겠다는 것은 연금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면서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이 무산된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홍윤기 기자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이 무산됐는데.

“차라리 잘된 일이다. 21대 국회에서 잘못 처리해 개악을 하느니 아예 손대지 말고 차라리 22대 국회에서 시도하는 것이 낫다.”

-왜 개악인가.

“연금 개혁을 명분으로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현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서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보험료율을 19.5%까지 올려야 한다. 그런데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면서 소득대체율도 그만큼 올리면 연금 재정 개선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현 국민연금 급여도 재정 고갈로 앞으로 못 줄 판이어서 연금 개혁을 하자는 건데, 오히려 더 주자는 것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림으로써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국민연금 개혁의 최대 목표는 기금 고갈을 막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며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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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연금개혁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 “22대 국회에서 연금 협상시 정확한 목표를 설정해 정부안을 만들어 국민 설득에 나서는 등 정부가 적극 주도해 속전속결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윤기 기자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연금개혁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 “22대 국회에서 연금 협상시 정확한 목표를 설정해 정부안을 만들어 국민 설득에 나서는 등 정부가 적극 주도해 속전속결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윤기 기자
●선진국 소득대체율, 한국보다 낮아

-여야의 보험료율 인상 합의도 쉽지 않았던 터라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포함한 개혁안을 일단 받아들이고 22대 국회에서 다시 개혁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정치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절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 개혁과 관련, 보험료율만 인상하는 게 아니라 소득대체율까지 인상하겠다는 것은 나쁜 절충이다.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면 차라리 개혁을 안 하는 것이 낫다.”

-소득대체율 40%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나.

“현행 40%보다 오히려 더 떨어뜨려야 한다. 일본의 경우 18.3%의 보험료를 내면서 소득대체율은 33%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선진국은 우리보다 소득대체율이 낮고,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계속 낮추는 추세다.”

-노인 빈곤 문제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노인 빈곤 문제는 복지로 풀어야지 연금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연금 개혁의 본질이 달라진다. 복지와 연금은 분리해서 논의해야 한다. 빈곤 노인층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아 월 지급액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올린다고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 개혁뿐만 아니라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을 아우르는 구조 개혁도 함께 추진하자는 입장인데.

“같이 논의하면 국민연금 개혁의 본질이 흐려진다. 먼저 국민연금 개혁을 성사시키면 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개혁을 먼저 한 뒤 국민연금을 기준점으로 삼아 공무원 및 군인연금 개혁을 하면 된다.”

-이번 연금 개혁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나.

“연금 개혁을 하려면 우선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모두 연금 고갈 시점을 30년 아니면 70년 늦추겠다는 목표 자체가 없었다. 예를 들어 고갈 시점을 30년 늦추자는 목표를 세웠다면 이를 위해 어떻게 할지 1~4단계 개혁 로드맵을 만드는 등 단계적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하지만 국회 연금특위는 아무 목표도 없이 논의하다 보니 여러 개혁안만 나열했을 뿐 방향성이 없었다.”

-국회 연금특위가 개혁 목표도 없이 운영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당초 목표가 없으니 예정된 실패로 끝났다. 2055년 기금이 고갈되는데 공론화위가 내놓은 개혁안들은 연금 고갈 시기를 고작 7~8년 늦추는 데 그쳤다. 그건 개혁이 아니다. 일본에는 100년 동안 연금을 지급할 돈이 있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한 세대인 30년을 바라보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것만이 연금 개혁 목표가 될 수는 없지 않나.

“연금을 받는 것, 즉 수익비를 낮춰야 한다는 목표도 없었다. 현 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방식으로 수익비가 지나치게 높은 구조다. 여야가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에만 합의하고 소득대체율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개혁의 첫 단추를 뀄다는 점에서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 논의가 진행되면서 배가 산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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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개혁과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하면 국민연금 개혁의 본질이 흐려진다”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먼저한 뒤 국민연금을 기준점으로 삼아서 공무원, 군인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윤기 기자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개혁과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하면 국민연금 개혁의 본질이 흐려진다”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먼저한 뒤 국민연금을 기준점으로 삼아서 공무원, 군인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윤기 기자
●정부, 세대 간 절충 방안 제시해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대 국회 폐회를 며칠 앞두고 전격적으로 여당안을 수용하겠다며 갑자기 합의를 압박한 배경은 뭐라고 보나.

“연금 개혁에 진정성을 갖고 임했는지 등 정치적 배경은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당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 자신들의 주장인 소득대체율 45%에 거의 근접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는 성공한 셈이다.”

-민주당이 여당안을 막판에 수용하면서 여권이 허를 찔린 것 같다.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개혁안을 만들어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 또 세대 간 절충 방안을 제시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했는데, 이런 과정도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3대 국정 과제로 연금 개혁을 제시했지만, 4·10총선 때문에 머뭇거린 건 아닐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 속전속결로 연금 개혁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런데 2022년에야 국회 연금특위가 구성되는 등 발동이 너무 늦었다. 연금 개혁에 정치 색깔이 들어간 것도 실패 원인 중 하나다.”

-연금 개혁에 정치적 색깔이 들어갔다는 것은 현 정부 국정 과제이기 때문에 걸림돌이 됐다는 건가.

“연금 개혁 논의 과정이 정치적 결정이 돼 버렸다. 여야가 국회 공론화위 안을 가지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기 전에 미리 개혁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실무 차원에서 진전이 필요했다.”

-연금 개혁에 있어 정부와 국회 중 어디가 더 책임 있는 주체인가.

“정부가 연금 개혁의 동력을 갖고 주도해야 한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 인해 앞으로 과연 연금 개혁을 주도할 수 있을까.

“책임 행정을 한다면 당연히 정부가 연금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연금 개혁에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다.”

●부모 세대 더 받겠다는 건 ‘모럴 해저드’

-연금 개혁에서 진정성이란.

“연금 개혁은 정쟁 사안이 아니라 도덕적 양심의 문제라는 얘기다. 현 연금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고작 몇 년 정도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 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연금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고통 분담을 해야 하는데 부모 세대들이 연금을 더 받겠다고 나서는 것은 심각한 모럴 해저드다.”

-연금 개혁의 방향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보험료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40% 아래로 낮춰야 진정한 개혁이다. 수명 증가분만큼의 연금도 감액해 지급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다시 논의될 수 있을까.

“여소야대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안 된다. 연금 개혁이 되지 않는다면 이는 여당뿐 아니라 다수당으로 사실상 국회 운영을 주도하는 야당 책임이 더 크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앞으로 연금 개혁이 더 어려워 보인다.

“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책임이자 이 시대의 소명이다. 앞으로 30년을 넘어 멀리 바라보고 추진해야 한다. 연금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근면은 누구

삼성그룹에서 30여년 동안 인사 업무를 맡았던 인사 전문가로 박근혜 정부 시절 초대 인사혁신처장에 발탁돼 ‘더 내고, 오래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1년 반 만에 성사시켰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등과 함께 전문가 연구 모임 ‘연금연구회’를 만들어 연금 개혁에 관한 목소리를 내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일자리연대 고문,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성균관대 특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광숙 대기자
2024-06-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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